[국회 본회의 이모저모]현안에 밀려 예산 지각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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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는 9일 오후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이 퇴장한 가운데 기립표결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표결 직전 한나라당이 빠져나갈 때까지 여야는 5분발언 등을 통해 시종일관 격돌.

한나라당은 끈질기게 군기 (軍紀) 해이.제2건국위.재벌 빅딜.총풍사건을 거론하면서 대정부공세를 폈고 여권은 '비상식적인 정치공세' 라며 맞섰다.

박준규 (朴浚圭) 의장은 4시간여에 걸친 공방 뒤에도 야당이 추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공격을 계속할 기미를 보이자 이를 제지했다.

그러자 이규택 (李揆澤) 의원 등 한나라당 부총무들이 단상 앞까지 진출해 격렬히 항의하기도 했다.

朴의장은 그러나 "오늘은 그만하면 됐다" 며 야당측 요구를 일축. 즉시 김용갑 (金容甲) 의원 등이 벌떡 일어나 "나가자" 며 야당의원들의 퇴장을 유도했다.

결국 예산안은 기립표결에 부쳐져 찬성 1백48.반대 1.기권 3표로 통과됐다.

무소속 홍사덕 (洪思德) 의원이 반대했으며 朴의장과 무소속 한이헌 (韓利憲) 의원이 기권했다.

한영수 (韓英洙.자민련) 의원은 표결 도중 입장, 기권처리됐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먼저 군기해이를 공략. 허대범 (許大梵) 의원은 "극심한 지역편중 인사 등으로 군내 불만이 극심, 천용택 (千容宅) 국방부장관은 물러나야 한다" 고 주장. 자민련도 여기에 동조해 국민회의측을 당황하게 했다.

이원범 (李元範.자민련) 의원은 "간첩선 침투, 미사일 오작동, 불발탄 폭발에 이어 판문점 북한군 접촉사건 등 군기문란 사건이 극에 달해 국방장관이 교체될 것으로 믿는다" 고 거들었다.

여기에 국민회의 정동영 (鄭東泳) 의원은 "千장관이 철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며 "군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구태를 야당이 재연하고 있다" 고 맞섰다.

경제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권철현 (權哲賢.한나라당) 의원은 "이달말로 예정된 무역대책회의를 연기하면서 경제회생 자축연을 한다는데 실업자 양산을 자책해야 할 정권이 자축의 샴페인을 들겠다는 것은 비극" 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權의원은 말미에 "하늘이 재앙을 내릴 것" 이라고 발언, 국민회의측으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총풍사건을 물고 늘어져온 이신범 (李信範.한나라당) 의원은 한성기 (韓成基) 씨가 김중권 (金重權)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제출했다는 '김순권 박사의 대북 활용방안' 이라는 문건을 공개. 이에 대해 국민회의 이기문 (李基文) 의원은 "이 문건은 신뢰할 수 없다" 며 "야당은 총풍사건을 또다시 정쟁 (政爭) 의 수단으로 삼아선 안된다" 고 반박했다.

한편 예산안을 둘러싼 씨름은 여야 모두에게 득 (得) 보다는 실 (失) 을 안겼다는 평가.

여권은 국회 단독처리라는 선례를 남기면서 매끄럽지 못한 정국운영 능력과 협상력 부재 (不在) 라는 지적을 듣게 됐다.

특히 제2건국운동이 시작도 되기 전에 상처를 입게 됐다.

한나라당은 갈팡질팡한 지도부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다시 뒤숭숭해진 분위기다.

특히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리더십이 비판을 받고 있다.

김석현.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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