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바닥이다…아니다 경기진단 民·官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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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아시아 경제위기 해결의 관건인 일본경제는 과연 바닥을 쳤는가.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 경제기획청 장관은 8일 월례 경제보고에서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느낌이 태동(胎動)하고 있다" 며 경기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는 "희미한 움직임이지만 마음으로는 경기회복 쪽을 강조하고 싶다" 고 말했다. 다소 모호한 표현이 동원됐지만 일본 당국이 낙관적인 경기판단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사카이야 장관은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경기부양책에 따라 9월 공공투자가 전년동기 대비 37%가 늘고 ▶컴퓨터.평면TV등 가전제품과 경승용차 판매가 증가했으며 ▶실업률과 광공업 생산지수의 하락속도가 둔화됐다는 사실등을 들었다.

그의 돌출발언은 기업 실사지수 악화.설비투자 감소등 경제지표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사카이야장관의 경기바닥론은 국민의 심리적 효과를 노린 측면도 강하다. 일단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해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임으로써 경기부양책.감세(減稅)와 어울려 경기회복 선(善) 순환을 기대한 '구두(口頭) 부양책' 이란 것이다.

그러나 경기바닥론에 대한 민간 이코노미스들의 반격은 거세다. 저명한 경제평론가인 다나카 나오키(田中直毅)는 "이번 불황은 경기순환적 요인에다 ▶거품붕괴 ▶금융시스템위기 ▶일본기업의 과잉고용.과잉설비등 구조적인 문제가 얽힌 것" 이라며 "경영악화 기업이 정리해고를 본격화할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2.5%의 마이너스 성장은 물론이고 내년에도 - 0.6% 성장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 삭스증권의 야마가와 데쓰시(山川哲史) 경제조사부장도 "경기바닥론은 졸속 발언" 이라며 "과잉설비 등 구조조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며 향후 1~2년 사이에 풀릴 문제가 아니다" 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엔강세로 수출이 감소추세로 돌아서는등 외부환경도 일본경기 회복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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