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전·반도체 2强체제 구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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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삼성자동차 - 대우전자 빅딜과 5대그룹 7대업종 구조조정의 큰 그림이 그려짐으로써 국내 주요 산업은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적어도 3~5개 업체가 경합하던 산업별 구도가 이원화, 심지어 단 한개의 기업만 존재하는 쪽으로 변하게 된 것. 자동차.가전.반도체는 '양사 체제' 로 단순화하게 됐고, 철도차량.항공기.발전설비.선박용 엔진 등은 한개 회사가 국내산업을 독점하는 양상을 띠게 됐다.

이번 조치를 놓고 세계적으로 기업의 대형화 추세를 감안할 때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긍정적인 지적과, 독.과점에 따른 가격인상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구조조정은 국내산업의 설비.공급 과잉여부에 대한 구체적 검토없이 단순히 빚규모 만으로 빅딜과 통폐합을 단행했기 때문에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면서 "앞으로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또다른 변화가 예상된다" 고 지적하고 있다.

◇ 이원화 업종 = 현대.대우.기아.쌍용.삼성 등 5사가 경합을 벌였던 자동차는 지난해말 쌍용이 대우에 넘어간 데 이어 현대가 기아의 새 주인이 되고, 빅딜로 대우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하게 됨으로써 현대 - 대우 2사 체제로 재편됐다.

자동차공업협회 이동화 이사는 "세계 자동차업계가 대규모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는 만큼 국내업계의 양사 구도 구축은 바람직한 방향" 이라며 "연구개발과 마케팅 등에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함으로써 대외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삼성.LG.대우의 굳건한 트로이카 체제를 유지해 왔던 가전업계도 삼성.LG의 쌍두마차 시대를 맞음으로써 시장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국내 가전시장은 삼성.LG.대우전자가 평균 4:4:2의 비율로 점유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삼성과 LG가 6:4로 나눠가질 것으로 보여 LG가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같은 과점체제로 소비자로선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싸게 구입할 기회가 이전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의 경우는 현대와 LG의 통합으로 삼성과 통합사 양사체제 구도로 확정됐지만 통합과 관련,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효과가 의문시되는 상황.

삼성경제연구원 윤종원 실장은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는 상황인데 이번 구조조정으로 자칫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고 지적했다.

◇ 단일화 업종 = 현대정공.대우중공업.한진중공업 경쟁체제였던 철도차량은 3사가 순자산 비중에 따라 지분을 나눠갖되 50% 이상 외자를 유치키로 함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불투명한 상황. 삼성항공.대우중공업.현대우주항공 등 3사 체제였던 항공기도 형편은 비슷하다.

하지만 업계에선 누가 경영권을 장악하든 경쟁체제의 붕괴로 앞으로 수요처는 관련 제품을 구입하는데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연구원 송병준 실장은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이미 시장이 본격 개방화단계에 돌입한 이상 과거같은 심각한 폐해는 나타나지 않을 것" 이라며 "이들 업종은 과당 경쟁체제로 누적된 비효율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돼 대외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발전설비와 선박용 엔진 부문은 일단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에 자산.부채를 일괄 양도해 일원화할 예정이어서 한중 민영화가 본격화하면 재계가 치열한 인수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차진용.김종윤.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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