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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패권주의 경계" 정치권 기류 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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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구려사 왜곡 파문으로 중국에 대한 경각심이 정치권에 고조되고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 내 '친중(親中)' 기류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읽힌다. 중국의 감춰진 패권주의 성향에 주목하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잦아졌다.

지난 4월 총선 직후, 열린우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선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외교통상 상대국이 어디냐는 설문에 중국이라고 답변한 당선자가 63%, 미국이 26%였다. 그러나 이른바 '386 운동권 의원'으로 분류되는 송영길 의원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국에 환상을 가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중국도 힘이 세지면 교만하다는 사실은 5000년 우리 역사에서 경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어 "중국과의 관계가 강화될수록 역설적으로 한.미관계는 더 중요해진다"며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주변강국 사이에서 침착하게 균형을 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386의 대표 주자인 임종석 대변인은 "우리 민족사에 대한 침해이자 민족 정체성을 흔드는 도전 행위"라며 "역사를 보는 중국의 이중 잣대에 엄중히 항의한다"고 각을 세웠다.

사회 전반의 반미기류와 함께 열린우리당에도 친중 정서가 확산돼 온 게 그동안의 사정이었다. "한.미동맹을 강조하기 위해선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상황"(신기남 당의장.7월 4일 당 게시판)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곳에서 중국을 다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회에 '고구려사 왜곡 중단 촉구 결의안' 제출을 주도한 노웅래 의원은 "김원웅 의원이 간도협약 무효화까지 들고 나온 것은 당내에 중국을 새로 느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근 '한.중 청년지도자회의' 결성차 중국을 다녀온 전대협 의장 출신의 이인영 의원도 "대국주의화, 동북아 패권주의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 마땅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움직임도 발빠르다. 박근혜 대표가 직접 리빈(李濱) 중국대사를 불러 고구려사 왜곡에 항의할 방침이다. 여야의 중국 인식은 비슷하지만 대응 강도엔 온도차가 있다.

열린우리당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나 역사학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의 주장을 펴는 것에 당이 보조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은 "정부는 조용한 외교 대신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응외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핵심당직자는 "외교의 핵심축을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야 한다는 여권의 흐름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를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국사 교육 강화론도=한나라당은 국사과목을 대입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도 있다. 2002년부터 시행된 제7차 교육과정에선 국사가 초중등학교의 경우 독립과목이 아니라 사회과목 일부로 통합됐고, 고교 2학년생부터는 선택과목이 됐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고 과거에 문제가 있는 듯이 하니 밖에서도 우리를 우습게 본다"고 말했다.

강민석.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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