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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발사 9분 뒤면 성공인지 실패인지 판가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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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발사를 이틀 앞둔 17일 최종 조립을 마치고 발사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로호 발사(19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발사 성공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가 관심사다. 성공하면 국가 우주 개발이 탄력을 받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실패하면 발사 재시도와 상관없이 나로호 개발에 들어간 5025억원을 빗대 ‘5000억원짜리 불꽃 놀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로켓 발사의 실패 통계는 발사 직후 로켓이 폭발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운반체(위성 또는 우주로 올릴 짐)를 제 궤도에 올리지 못한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나로호에는 운반체로서 과학기술위성이 실려 있다. 이를 올릴 궤도는 최단 300㎞~최장 1500㎞의 타원이다. 나로호는 일단 우주로 성공적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과학위성을 궤도에 제대로 안착시켜야 성공으로 간주된다.

세계적으로 발사체를 자체 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러시아·프랑스·일본·중국·영국·인도·이스라엘·이란 등 9개국이다. 발사를 50회 이상 한 상위 5개국의 성공률을 보면 단연 러시아가 가장 앞선다. 러시아는 스푸트니크호 발사 이후 2770여 건의 발사를 해 93.5%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1316회에 87.5%, 유럽은 143회에 89.5%, 중국은 68회에 82.4%, 일본은 61회에 85.2%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나로호의 경우 러시아에서 1단 로켓을 사오기 때문에 우선 성공 확률이 높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주진 원장은 “발사체를 처음 개발해 처녀 비행을 했을 때는 성공률이 아주 낮았다. 국제적으로도 발사체 개발을 했거나 시도하고 있는 11개국 중 러시아와 프랑스·이스라엘 3개국만이 첫 발사에 성공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통계적으로는 첫 발사의 경우 성공률이 27.2%에 불과하다. 나로호 발사 성공을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나로호 로켓 1단은 러시아제이긴 하지만 이번에 개발돼 첫 비행을 하는 것이고, 2단 로켓도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해 처음 우주로 올라가는 것이다. 이래 저래 나로호는 모두 처녀 비행이다. 나로우주센터도 건설 이후 첫 발사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서는 발사 실패 가능성을 생각도 하기 싫겠지만, 여러 여건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닌 셈이다. 국민의 관심과 기대는 부풀 대로 부풀어 있는 것과는 달리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발사 관련 기관 관계자들은 극심한 긴장과 초조감에 휩싸여 있다.

실패 사례는 많다. 2003년 11월 29일 일본에서는 H2A 로켓이 발사됐으나 고체 보조로켓을 분리하지 못해 궤도까지 올라가지 못했다. 결국 지상통제센터에서 자폭 명령을 내려 폭파 했다. 일본은 이에 앞서 1966년 첫 우주발사체인 람다를 발사했으나 4단 자세 제어에 실패한 적도 있다.

미국도 숱한 실패를 경험했다. 57년 미국 첫 위성 발사체인 뱅가드를 발사했으나 발사 2초 뒤 폭발해 버렸다. 미국은 이후 이 발사체를 12번 발사해 8번 실패했다. 로켓 자력 개발에 나서고 있는 브라질은 세 번 도전해 모두 실패했다. 2003년에는 발사 준비 중 폭발해 2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주진 원장은 “일반적으로 첫 발사의 성공 확률이 높진 않지만, 나로호는 그동안 치밀한 실험과 점검을 해 왔기 때문에 틀림없이 성공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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