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이렇습니다] MB “획기적 정책”에 그린벨트 추가 해제 소문, 실상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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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그린벨트 해제 문제가 갑자기 정부 주택정책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집 없는 서민을 위한 획기적 주택정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다.

앞서 5월 정부는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을 변경하면서 앞으로 수도권 그린벨트 141㎢를 풀기로 확정했다. 이 중 서울 여의도 면적(8.48㎢)의 9배에 이르는 78.8㎢가 서민용 보금자리주택 30만 가구와 민간 분양주택 10만 가구 등 총 40만 채의 집을 짓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2018년까지 150만 가구의 보금자리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이처럼 그린벨트 해제는 이미 몇 달 전 확정된 것인데, 다시 관심을 모은 것은 이 대통령의 경축사 발언에 포함된 ‘획기적’이라는 세 글자 때문이다. 당장 “정부가 서민주택 건설을 늘리기 위해 5월에 해제하기로 확정한 것 외에 추가로 수도권 그린벨트를 푸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현재 1459㎢에 이르는 수도권 그린벨트의 대부분이 풀릴 거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2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비닐하우스가 들어선 그린벨트는 해제해 주택을 짓는 게 낫다는 발언을 했다. 이런 이 대통령이 ‘획기적 정책’을 언급한 만큼 그린벨트 해제 면적이 늘어날 거란 게 추측의 근거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경축사 하루 만인 16일 해명자료를 내고 “그린벨트를 (계획보다) 추가로 풀거나, 보금자리주택 건설 물량을 늘리는 것은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엔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급해졌다. 그냥 뒀다간 그린벨트 지역 주민의 기대심리가 커지는 것은 물론 땅 투기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도엽 국토부 1차관은 17일 본지 기자와 만나 “그린벨트 추가 해제는 지금까지 진짜 검토한 적이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린벨트 제도가 도입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1970년대다. 71년부터 77년까지 전국적으로 여의도 면적의 636배인 5397㎢가 묶였다. 이 중 지금까지 규제가 풀린 면적은 전체의 27%인 1462㎢다. 하지만 수도권은 전체(1567㎢)의 7%인 107㎢만 해제됐다. 그린벨트에 묶여 있는 ‘금싸라기 땅’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린벨트를 추가로 해제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서민 주택용으로 수도권에서 확보한 그린벨트 중에서 지금까지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로 결정된 면적은 8㎢ 정도다. 서울 강남 세곡, 서초 우면과 경기도 하남 미사, 고양 원흥 등 4곳을 모두 합쳐 그렇다. 전체 면적(78.8㎢)의 10분의 1만 사용처가 정해졌다는 얘기다. 아직 쓸 수 있는 땅의 90%가 남아 있는데 그린벨트를 더 달라고 손을 벌렸다간 환경단체 등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추가 해제’라는 말에 정부가 손사래를 치는 이유다.

과정도 그리 녹록지 않다. 지난해 9월 말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밝힌 뒤 면적을 확정하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 그린벨트를 푼 땅에 서민용 주택 짓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하는 일부 지자체도 다독여야 하고, 심의 과정에서 중앙도시계획위원들도 일일이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선 그린벨트 추가 해제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임기 안에 보금자리주택을 가능한 한 더 빨리, 많이 지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방안이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보금자리주택 조기 공급에 대해선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게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서 변수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녹색 성장’을 비전으로 제시한 뒤 새로운 관련 정책이 많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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