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69> 신용등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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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를 맞아 ‘저신용자’와 ‘신용등급’이란 말이 자주 나옵니다. 흔히 신용은 돈이라고 합니다. 신용이 좋아야만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개인의 신용도는 어떻게 평가를 하고 신용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0등급 중 7이하 땐 ‘저신용자’로 분류

신용등급은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해 이를 등급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이런 신용등급을 내는 곳은 신용정보회사(CB)라는 곳입니다. 1990년대까지는 단순한 신용거래 정보만 관리를 했지만 2002년부터 이곳에선 은행과 카드사·저축은행·대부업체 등에서 나오는 신용거래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 개인들의 신용도를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개인의 신용등급을 10등급으로 분류해 신용거래를 할 경우 이를 제때 갚지 못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분석한 것입니다. 신용등급을 내는 방법은 신용정보회사에 따라 다르고, 이들이 활용하는 정보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특정한 개인이라도 신용정보회사에 따라 신용등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신용정보회사들은 대체로 1000점을 만점으로 점수를 내고 등급을 나눕니다. 대출을 받아 빚을 잘 갚고 있다면 점수가 오르고 연체를 하면 점수가 떨어집니다. 1등급이 가장 우량한 등급이고 10등급이 제일 낮은 등급입니다. 보통 특별한 대출 거래가 없는 경우 6등급 정도를 받게 됩니다. 이것보다 낮은 등급인 7~10등급은 연체를 했다든지 하는 뭔가 좋지 않은 정보가 있는 경우입니다.

보통 7등급 이하 사람들을 ‘저신용자’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등급이 낮으면 은행보다 비싼 금리를 내고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신용정보사에서 내는 등급이 낮다고 은행 거래를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은행과 오래 거래하고 빚 갚을 능력을 입증만 할 수 있다면 대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금융회사가 신용정보 자주 조회 땐 등급 하락

신용등급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부분이 꽤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신용정보 조회입니다. 신용정보 조회란 금융회사에서 대출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출 규모가 얼마나 되고 연체 기록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런 조회가 너무 자주 일어나면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특히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이 여러 금융회사에서 신용정보를 하면 상환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기 쉽습니다.

다만 본인 자신의 신용정보를 조회해 보는 것은 다릅니다. 신용정보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 가입을 하면 1년에 한 번은 무료로 자신의 신용조회를 할 수 있습니다. 대출 규모와 어디서 자신의 신용정보를 조회했는지, 연체 기록은 없는지 등입니다. 이는 개인이 확인 차원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용등급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거에 연체를 한 기록이 있다면 자신에게 어떤 신용정보가 남아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해 아예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 신용카드를 쓰지 않겠다는 분도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닙니다. 신용이란 빚을 내서 잘 갚아야만 올라갑니다. 아예 빚을 지지 않으면 그 사람의 신용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대출금을 모두 갚는다고 신용등급이 상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금을 하면 신용등급이 올라간다는 것도 사실과는 다릅니다. 대출을 하는 은행 입장에선 대출을 받은 고객이 적금을 하면 상환 능력이 높아진다는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용정보회사들은 신용등급을 매길 때 개인의 소득이나 재산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런 정보가 없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연봉이 높다고 해서, 재산이 많다고 해서 신용등급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잠시 연체를 해서 빚을 다 갚았다고 해도 당장 신용등급은 올라가지 않습니다. 연체를 했다는 자체가 감점 요소가 되고 이런 점수는 보존 기간까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등급이 올라가려면 시간이 지나면서 나쁜 기록들이 사라져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현재 신용정보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연체 정보는 사유가 해소된 날로부터 5년간 반영될 수 있습니다.

5일 이상 연체하면 신용정보에 반영돼

이런 이유 때문에 신용등급은 떨어지긴 쉽지만 오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한국신용평가정보(KIS·크레딧뱅크)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평균 등급은 4등급입니다. 30~50대 남성의 평균은 4등급, 30~50대 여성은 3등급입니다. 대출을 많이 하는 남성이 여성보다 등급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등급이 평균보다 낮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2005년 1월 9~10등급이었던 사람 중 올 5월에도 같은 등급에 머문 사람이 전체의 56.8%였습니다. 물론 오른 사람도 있습니다. 7등급 이상으로 올라간 경우가 34.7%였고, 1~2등급이 된 경우도 5만 명(0.9%)입니다.

무엇보다 대출 원리금이나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연체는 신용등급에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연체가 3개월 이상 넘어가면 은행연합회 전산망에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됩니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개인 워크아웃을 해야 합니다. 빚을 일정 부분 감면받고, 나머지를 꾸준히 갚아나가야 합니다. 또 국세 체납을 해서도 안 됩니다. 어쩔 수 없이 연체를 했다면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합니다. 대략 5일 이상 연체하면 신용정보회사로 기록이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는 신용점수에 반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신용등급이 나쁘다면 연체를 모두 해결하고, 적절한 신용거래를 통해 신용을 축적하는 길 외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 신용등급, 아직도 외환위기 전보다 낮아

국가와 기업의 신용등급은 보통 이들이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한 채권에 부여됩니다. 등급 체계는 개인신용등급과 다릅니다. 이것도 신용평가회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의 신용등급을 내는 국제적인 신용평가회사는 무디스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피치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알파벳과 +·-, 숫자 등을 조합해 등급을 표시합니다. 크게는 투자 적격과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나눕니다. 투자 적격은 부도를 낼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고, 투자 부적격은 돈을 제때 갚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투자 적격 등급 중에선 ‘AAA’(또는 Aaa) 등급이 제일 높고 10번째 단계인 ‘BBB-’(또는 Baa3) 등급이 가장 낮습니다. 11번째 ‘BB+’(또는 Ba1)부터는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분류합니다.

국가가 발행한 채권의 신용등급도 어떤 나라의 통화로 발행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 정부가 원화로 발행한 국고채의 신용등급은 최고 수준인 ‘AAA’입니다. 우리 정부가 원화로 발행한 채권을 갚지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국내 시중은행들도 AAA 등급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와 금융회사 기업들이 달러화로 발행한 채권은 사정이 다릅니다. 원화 표시 채권보다는 등급이 크게 떨어집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달러화가 제한돼 있고 1998년 외환위기 때처럼 이를 제때 갚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신용등급이 오르기 힘들다고 했는데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은 5~6번째 등급입니다. 외환위기 전에는 4~5등급이었습니다. 외환위기가 닥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그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1998년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다는 ‘나쁜 기록’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신용도를 평가하는 데 있어 과거의 경력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신용평가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2002년 5월 무디스는 일본의 국채 등급을 Aa3에서 한꺼번에 두 단계 낮은 A2로 강등했습니다. 재정적자가 심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 결과 일본의 등급은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보다 낮아졌습니다. 보츠와나는 국토의 절반이 사막이고,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광업에 의존하며, 에이즈 감염이 심각한 나라입니다. 게다가 보츠와나의 최대 원조국은 일본입니다. 무디스는 일본의 등급을 2007년에야 조정했는데, 그것도 원상회복이 아니라 A1으로 한 단계 올려 보츠와나와 동등하게 매겼습니다. 일본의 신인도가 보츠와나를 따라가는 데 5년이나 걸린 셈이니, 신용평가라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김원배 기자 

뉴스 클립에 나온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위키(wiki) 기반의 온라인 백과사전 ‘오픈토리’(www.opentory.co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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