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사일 오발]어이없는 '軍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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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게 무슨 일이야…. 전쟁이라도 터진 것 아냐…. " 미사일 오발사고가 발생한 4일 오전 10시40분쯤 인천시연수구동춘동.옥련동 일대에는 "펑" 소리와 함께 공중 폭발한 미사일 파편이 우박처럼 떨어져 내렸다.

사고 당시 군부대 옆을 지나던 이우정 (42.상업) 씨는 "갑자기 '우루루' 하는 소리에 이어 굉음이 들리더니 공중에서 버섯구름과 함께 폭발이 있었다" 고 말했다.

송도매립지 상공 3백m에서 공중 폭발한 미사일 파편이 날아간 범위는 반경 5㎞. 가장 피해가 큰 미사일 로켓 추진체 (무게 20㎏.길이 8m)가 떨어진 대우자동차 야적장 앞 도로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추진체에서 떨어져 나간 파편 덩어리가 도로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으며, 일부 도로는 깊이 50㎝쯤 파였다.

이곳을 지나던 차량들도 큰 피해를 보았다.

영업용택시 등 차량 3대의 앞.뒷유리창이 박살났으며, 뒤따르던 차량 10여대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파편을 피해 곡예운전을 하다 접촉사고를 잇따라 냈다.

같은 시간 연수구동춘동산38 尹찬영 (65) 씨의 집에서는 검정색 미사일 파편이 지붕을 뚫고 주방에 떨어지는 바람에 점심 준비중이던 尹씨의 아내 李순선 (64) 씨가 손에 상처를 입었다.

인근 수암마을 고물상에서 담장쌓는 작업을 하던 朴제수 (44.동춘1동) 씨는 파편 덩어리에 머리를 맞아 인천적십자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다섯바늘을 꿰매는 등 주민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동춘동 로얄백화점 주차장과 바로 옆 현대아파트 209동 앞 마당에도 파편 덩어리가 떨어져 주차차량 3대가 크게 부서졌으며, 백화점과 상점의 대형 유리창 수십장이 깨졌다.

건영아파트 앞에도 80㎝ 가량되는 원통형 파편 2개 등 수백개의 파편이 눈내리듯 떨어졌다.

인근 대동.아주.동남.한양.무지개마을 아파트 주민 1천여명도 폭발음과 함께 집으로 날아드는 파편 조각에 놀라 밖으로 뛰쳐 나갔으며, 인근 도로를 운행중이던 버스기사들은 폭발음에 놀라 승객을 대피시키는 소동이 벌어졌다.

주민들은 또다른 폭발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며 삼삼오오 사태추이를 지켜보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아파트단지 제일어린이집 유리창도 파편에 깨져 아이들이 대피했으며, 동춘초등학교 운동장에는 파편 1백여개가 떨어져 아반떼 승용차가 부서졌으나 다행히 운동장에서 수업중인 어린이들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학교측은 학생들에게 "밖으로 나가지 말라" 는 방송을 몇차례 한 뒤 수업을 계속했다.

주민 김영숙 (39) 씨는 "평소에도 사고 군부대 사격장에서 밤낮으로 퍼붓는 총소리에 괴로움과 불안감에 시달렸다" 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군부대를 시 외곽지역으로 옮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사고가 난 군부대는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뒷전에 둔 채 출입문을 굳게 닫아걸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병력을 배치,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인천 = 정영진.고정애.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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