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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개방20년 대륙의 용틀임]4.팍스아메리카나에 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지난달 25일 밤 도쿄 (東京) 내 영빈관. 방일중인 장쩌민 (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주위에 탕자쉬안 (唐家璇) 외교부장 등 중국측 핵심수행원들이 둘러 앉았다.

다음날 있을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앞둔 마지막 전략회의였다.

"미국이 일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 "

江주석이 먼저 불만을 터뜨렸다.

唐부장도 "새 미.일방위협력지침 (가이드라인) 의 대만해협 포함 여부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고 주장했다.

회의결과는 고단위 처방으로 나타났다.

江주석은 다음날 오부치 총리에게 "만일 대만해협에서 외국의 개입으로 군사분쟁이 일어나더라도 중국은 '미국의 무기' 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 이례적으로 강하게 못박았다.

홍콩일간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전한 회담 뒷얘기다.

江주석의 발언에서는 미국중심의 '일극 (一極) 체제' 를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는 도전의식이 짙게 풍긴다.

대만문제에 대한 경고차원을 넘어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 일극체제하의 평화) 시대를 종식시키고 '팍스 시노 - 아메리카나' (미.중 양극체제하의 평화)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야심마저 느껴지는 대목이다.

압도적인 재래식 군사력만 놓고 중국군의 위력을 가늠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물론 중국은 정규군만 3백만명이 넘는다.

예비군 70만명, 무장경찰 87만명에 '후비군' 으로 불리는 3천여만명의 민병조직이 포진해 있다.

문제는 핵 (核) 전력을 시작으로 해마다 쑥쑥 강해지는 첨단 전력이다.

전투기 4천대에 최신폭격기만 4백대가 넘는다.

핵잠수함 9척을 포함, 잠수함도 50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매년 5백6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결과다.

최근에는 위성을 요격하는 레이저무기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져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 국가전략연구소 (INSS) 는 최근 중국이 태평양지역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장기적인 해양군사전략을 수립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남으로는 난사 (南沙) 군도와 댜오위다오 (釣魚島) , 북으로는 한반도를 포함하는 '제1 해상방위구역' 과 남북으로 각각 오세아니아와 알래스카까지 확장하는 '제2 해상방위구역' 을 설정해 놓았다.

미.일 양국은 이 전략이 방어개념이기보다는 태평양지역 전역에서의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고 파악한다.

방위구역안에 한반도.난사군도 등 분쟁지역이 포함돼 있어 여차하면 군사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해상군사전략은 미.일 양국의 전역미사일방위 (TMD) 계획에 대한 중국의 맞

대응 성격도 크다.

냉전이 한창이던 지난 80년대에 미 국방부는 매년 '소련 군사력 보고서' 를 냈다.

이제 국방부는 의회의 요구로 '중국 군사력 보고서' 를 준비중이다.

중국이 소련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는 방증이다.

중국의 외교력은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업고 곳곳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양안 (兩岸.대륙과 대만) 간 경쟁은 사실상 승부가 끝났다.

지난 10월 통가공화국이 대만과 단교함으로써 대만의 수교국은 27개국으로 줄었다.

지난해 제네바 인권회의에서는 미국이 제기한 대중국 비난결의안이 상정되지도 못한 채 폐기됐다.

광대한 중국시장을 의식한 프랑스 등 다른 서방국들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지난 6월 방중 당시 대만에는 치명적인 '3불 (三不) 정책' 을 수용한 것도 중국외교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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