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기이식 허용의 전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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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그동안 논란이 돼 온 뇌사 (腦死)가 법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면서 장기이식의 길이 열리게 됐다.

1일 국무회의가 의결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앞으로 국회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2000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그동안 경우에 따라 미담으로까지 비춰지며 시술돼 온 장기이식이 사실은 명백한 불법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하나의 획기적 사건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이번의 '양성화' 로 우리도 세계 의료계가 경쟁을 벌이다시피 하는 장기이식술의 발전을 떳떳이 도모할 수 있게 됐으며, 노숙자들의 장기에 값이 매겨지고 밀매 알선조직까지 생기는 등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분명하고 당당한 기준을 갖고 대처하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시행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몇가지 우려되는 상황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유의해야 할 점이다.

무엇보다 법안에도 명시돼 있듯이 장기를 기증하고 받는 과정에서 철저히 상업성이 배제돼야 겠다는 점이다.

법안에 따르면 산 사람의 장기 기증의 경우 어느 경우에도 돈을 주고받는 거래행위가 금지돼 있으나 지금까지 상당수가 매매에 의해 이식이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일부 뇌사자의 장기 이식조차도 거래의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우리는 듣고 있다.

다음으로 주목되는 것은 수많은 장기이식 수요자들을 놓고 어떻게 순위매김 등을 할 것인가, 다시 말해 기증자와 대기자를 관리할 투명성이 확보돼야 겠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장기분배기구 (UNOS) 라는 전국네트워크를 설립해 장기를 확보하고 적합성 검사.짝짓기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장기이식 관리기관을 세워 그동안 개별 병원에서 해오던 업무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별 병원이나 일정 지역에서 이뤄지던 장기확보 - 수요자선발 등의 업무는 장기 기증이 양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의 수소문 수준에 불과한 의료행위지만, 이제부터는 차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기증여부.이식여부 등의 문제는 귀중한 목숨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치밀성과 효율성은 물론 공정성에서 추호의 허점도 없어야 한다.

따라서 누가 봐도 합의해줄 수 있는 엄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번 조치를 놓고 종교계 등에서는 아직도 완전동의의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도 우리가 선뜻 긍정평가를 내리는 것은 모든 절차의 공정성이 보장되면 인간애의 숭고함이 확보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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