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기 연속 흑자…'기사회생' 팬택을 말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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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준 팬택 스카이 국내마케팅본부장

팬택계열의 휴대 전화 '스카이(SKY)'가 올해로 출시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5년 팬택에 합병된뒤 이듬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거치며 어려운 시기를 맞았던 스카이는 200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8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등 서서히 재도약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영준(45·사진) 국내마케팅본부장은 격변의 시기를 버텨내고 휴대 전화 사업의 핵심인 마케팅 본부를 다시 일으킨 주인공이다. "저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3등’입니다. 삼성과 LG 등 1·2위에 맞서 시장 점유율을 단숨에 뒤집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다만 기존의 제품과 다른 ‘프리미엄(명품)’ 휴대 전화 이미지로 승부할 겁니다."

한때 자신감을 잃고 방황하던 때도 있었다. "2006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있었죠. 절반 이상의 직원이 사라졌어요. 힘들었지만 동료나 후배들과 ‘다시 할 수 있다’고 서로 격려했어요. 고생을 하다 보니 지금은 예전보다 더욱 강해졌어요. 어려웠던 시기가 오히려 약이 된 것 같아요." 스카이는 지난달 ‘갓 피버(got fever?·당신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이 있는가)'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어 부활을 꿈꾸고 있다. 지난 2001년 ‘잇츠 디퍼런트(It’s different·내것은 다르다)’로 차별화된 디자인, 색상 등을 내세웠다면 지난 2006년에는 ‘머스트 해브(MUST HAVE)’로 대중화를 시도했다. 10주년을 맞은 올해엔 소비자의 감성을 더 자극하기로 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열정(Fever)이다.

"요즘 신세대들은 뭔가에 빠지면 아주 깊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잖아요. 개성도 강하고요. 'Passion'보다 더 뜨거운 느낌이 드는 'Fever'를 택했습니다." 업계 후발 주자였던 스카이가 애초부터 내건 전략은 '차별화'와 '감성 마케팅'이었다. 검정색 일색이던 휴대 전화 업계에 유색 제품을 처음 출시하고 기계음 멜로디 대신 화음 멜로디를 시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화이트나 핑크 등 다양한 색상의 휴대 전화가 나오는데 우리나라에는 왜 검정색 밖에 없을까 고민했어요. 기계 멜로디도 한 차원 더 나아가 화음으로 바꾸면 어떨까 생각했죠. 왜 굳이 새로운 시도를 하느냐며 '미쳤냐'는 소리도 들었죠.“

8월 현재 스카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2% 정도. 1·2위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기에 ‘3등’도 나름의 장점이 있다. "벤처 기업의 입장에 서면 도전 정신을 가지고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요. 휴대 전화 산업은 단순히 ‘장치’ 산업이 아니라 감성 산업이라고 봐요. 그래서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감성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었는데 어느정도 성공한 것 같아요."

한때 "'잔고장'이 많다" "A/S 받기 힘들다"는 비난도 있었다. "입소문이란 게 무서워서 한번 퍼지면 그것을 회복하기 까지 몇 년은 걸립니다. 무리한 시도를 해서 잔고장이 많았던 모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뛰어난 모델도 많았는데 몇 가지 제품으로 인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측면이 있습니다. 기업개선작업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할 수 없었던 요인도 있어요.”

스카이는 지난 7월 새로 출시된 풀터치스크린폰 '큐브릭(IM-R470S)'이 호조를 보이면서 점차 되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다. 최신 휴대 전화가 쏟아져 나오는 시점에서 그는 어디에 승부수를 띄웠을까. " 과거에는 디자인만 달라도 주목을 받았지만 이제는 뛰어난 기능까지 갖춰야 주목을 받지요.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소프트웨어가 뒤지지 않는다는 전략으로 다시 살아날겁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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