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 수졸(守拙) vs 입신(入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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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장면 1]
黑. 온소진 초단 白. 목진석 9단

박영훈.박정상.최철한.원성진.온소진.이영구.이세돌…. 이 이름들은 한국기원이 집계한 2005년도 다승 랭킹의 순서다. 24승의 박영훈 9단이 선두. 그리고 다섯 번째에 19승을 거둔 초단 온소진의 이름이 있다.

올해 온소진과 여류기사 이하진이 초단 돌풍을 몰고 왔다. KT배 왕위전에서도 온소진은 연승을 거둔 끝에 드디어 목진석 9단과 마주 앉았다. 목진석은 한국리그에서 8순위로 지명받아 넷마블의 주장이 됐다. 한국랭킹 8위로 평가받고 있는 강자라는 뜻이다.

▶ 참고도

온소진은 권갑룡 도장에서 공부해 지난해 8월 프로가 됐다. 아직 1년이 채 안 된 진짜 초년병이다. 목진석은 나이는 25세에 불과하지만 이미 10년 전부터 세계무대를 누빈 관록의 실력자. 지난해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에서 이창호 9단에게 패배한 뒤 슬럼프를 겪었으나 지금은 회복세다.

국면은 백을 쥔 목 9단이 상변을 1, 3으로 돌파해 실리를 크게 취했고 이에 맞서 흑도 4로 뛰어 좌변 건설에 나선 장면이다. 온소진은 그러나 흑4를 후회하게 된다.

조금 비겁하지만 '참고도' 흑1로 지키는 것이 현실적이었다. 백2에는 또 3으로 지켜둔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이렇게까지 집을 짓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망설이다가 4로 크게 터를 잡았는데 아니나다를까 목진석은 백5로 푹 쳐들어 왔다. 이렇게 되면 이 돌의 사활이 바로 승부가 된다.

6, 8, 14는 모두 준엄한 공격이라서 백의 자세가 비틀거리는 듯 보인다. 그러나 '괴동'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목진석은 절묘한 수순으로 이 위기를 돌파해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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