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현대인 심리 장애, 드라마로 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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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현대인은 누구나 '마음의 병'을 한가지 이상 갖고 산다고 한다. 종류와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싶거나, 폐쇄된 공간에서 필요 이상의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불안감이 떠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우린 내면의 문제를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다. 카운슬러를 찾으면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분위기도 있다. 많은 경우 술과 사주명리학이 심리치료의 대용품이 된다.

다행히 요즘 언론에선 인간의 심리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문지상을 간혹 뒤덮는 엽기적 범죄들은 심리 문제를 방치할 경우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KBS2가 9일 밤 11시 '닥터 K의 심리파일'(사진)이란 파일럿 프로그램(정규 방영 이전에 시범적으로 내보내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국내 최초의 심리 메디컬 드라마'란 거창한 타이틀이 붙었다. 반응이 좋을 경우 올 가을부터 정규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첫 방송에서 '경계인 성격장애'를 다룬다. 말 그대로 정상과 비정상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경우.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간혹 이상 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다. 학대 등 어렸을 적의 상처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정은 누구보다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려 하지만, '왕따' 신세가 된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지하철 선로에 몸을 던지려 한다. 닥터 K(이정진)는 그를 간신히 구해낸다. 알 수 없는 공허한 눈빛과 팔목의 상처. 닥터 K는 수정에게 심리치료를 제안하고, 과거 기억을 하나씩 끄집어 낸다'(드라마 중).

사실 심리 문제는 다루기가 쉽지 않다. 우선 민감한 내용인 만큼 소재를 끌어오기가 쉽지 않다. 정신장애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때론 일반화의 우려도 있다. 예를 들어 '결손 가정'이 한 원인인 상황에서, '결손가정=심리 장애'라는 잘못된 공식이 나올 수도 있다.

제작진 역시 매우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 '닥터 K…'의 문소산 PD는 "우리 가족과 이웃, 나아가 내 안에 무의식적으로 잠재돼 있을지도 모르는 상처를 함께 치유해 보자는 것"이라며 "일반화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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