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이창호-조치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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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제1보(1~11) =이창호와 조치훈. 조치훈과 이창호. 이 역사적인 한판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93년 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두 사람은 동양증권배 결승전에서 만났다.

이전까지는 친선TV바둑을 두판 두어 1승1패. 공식전은 이게 처음이었다.

대국장은 제주도 서귀포의 아름다운 바닷가.

이창호 18세. 5번기의 첫판에서 趙9단은 대우세의 국면이었으나 연속 실수를 범해 미세한 바둑이 되고 말았다.

趙9단은 마음이 상했는지 갑자기 돌을 던졌고 이 투석은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이날 저녁 바닷가 횟집에서 조치훈은 조훈현9단에게 "제자에게 너무 쉽게 져주는 것 같다. 그건 제자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고 말했다.

간접적으로 이창호는 아직 멀었다는 얘기를 한 것이었다.

첫판은 비록 졌으나 승부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조훈현은 "계속 두어보라" 고만 했다. 제2국에서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趙9단은 크게 우세했으나 종반 이해할 수 없는 연속 실수로 반집을 진다.

그리고 제3국에서도 눈물겨운 역전 반집패. 이리하여 두 사람의 대결은 3대0이란 일방적인 스코어로 끝났고 우승컵은 李9단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이 억울한 패배를 趙9단이 승복할 수 있었을까. 그날 저녁 함께 술을 마신 장수영9단의 전언에 따르면 趙9단은 전혀 승복하지 않았다.

그 후 趙9단은 이창호에게 두번을 더 졌고 그리하여 제주도의 대결 이후 5년이 흘렀다.

그동안 조치훈은 재기에 성공해 일본 바둑을 완전 평정했으니 지금 이창호를 대하는 그의 심정은 어떠할까. 5년 전엔 분명히 조치훈이 강해 보였으나 승부는 이창호가 이겼다.

이제 실력은 어떠할 것이고 승부는 또 어떻게 나타날까. 98년 11월 2일 삼성화재 유성연수원. 趙9단이 대국개시 30분 전에 대국장에 나타났다.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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