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트태권브이, 세계 무대로 날아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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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신철씨가 초합금으로 만든 로보트태권브이 정밀모형(피규어)을 들어 보이고 있다.

1970년대 한국 어린이의 영웅이었던 로보트태권브이(V)가 국제 무대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국내 최초로 초합금(내열합금) 소재로 만든 피규어(영화나 게임의 캐릭터를 본따 만든 인형)가 나왔고, 조만간 온라인 게임과 학습만화도 나올 계획이다. 이뿐 아니다. 내년 3월엔 실사영화 ‘로보트태권브이’가 촬영에 들어간다. 총예산 180억원, 순제작비 150억원이 투입될 대작이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건 영화제작자 신철(51)씨다. ‘엽기적인 그녀’, ‘은행나무침대’ 같은 흥행 대박을 터트렸던 영화업계의 인물이다. 그는 “이 토종 캐릭터를 이용해 국내외 시장을 겨냥한 융합문화사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이런 사업에 관심을 두게 된 건 2006년 태권브이의 저작권·사업권을 사들여 ㈜로보트태권브이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이후 실사영화와 온라인게임, 출판, 피규어에 태권브이를 주인공으로 활용하려는 구상을 차근차근 추진해왔고 이제 하나씩 실행에 옮기는 일에 들어갔다.

유명 영화제작사가 왜 하필 과거의 아동캐릭터에 집착할까.

“월트디즈니는 2007년에 50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브랜드 가치도 삼성전자의 2배입니다. 이런 성공은 미키마우스라는 훌륭한 캐릭터가 있었기에 가능했죠. 태권브이는 국내외 모두에서 통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확신합니다.”

신씨는 회사 설립을 앞두고 8~13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응답자 중 81%가 태권브이를 알고 있었다. 그만큼 이 캐릭터가 강한 경쟁력과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신씨는 설명이다. 그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이런 인지도를 얻으려면 최소 90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권브이는 또 태권도의 상징이라는 강점이 있다. 그는 “태권도를 배운 사람은 전세계 189개 국에서 1억 명이 넘는다”며 “태권도와 로봇이 합쳐진 콘텐트는 대단한 잠재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작한 태권도 홍보동영상에는 태권브이가 등장한다. 이 영상은 재외공관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는 ㈜로보트태권브이를 세계적인 융합콘텐트기업으로 키워볼 생각이다. 지난달 태권브이를 소재로 온라인게임·학습만화를 제작하기 위해 인터넷포털 및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또 2012년 개장하는 인천로봇랜드의 랜드마크로 태권브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인천시와 협의 중이다. 실사 영화에 대한 기대도 크다. ‘트랜스포머’와 ‘와호장룡’을 합친 분위기의 영화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태권브이로 단순히 사업만 하려는 건 아니다. 태권브이는 지난해 7월부터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의 친선마스코트로 활동하고 있다. 정의를 수호하는 태권브이의 이미지를 통해 전세계 5000만 난민에게 희망을 주자는 취지다. 지난해 앙골라와 라이베리아에 구호활동을 다녀온 신씨는 “태권브이를 이용해 현지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주고 모형을 나눠줬더니 너무 좋아했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를 더 자주 갖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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