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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채소’눈은 즐겁고, 입은 신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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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간단히 길러 먹을 수 있는 웰빙 식품이 있다. 브로콜리싹·무싹·메밀싹·보리싹·밀싹 등 새싹채소다. 영문명은 스프라우트(sprout). 최초의 새싹 식품은 콩나물·숙주나물이다. 중국에선 5000년 전부터 길러 먹었다. 일반적으로 씨앗에서 싹이 나와 본 잎이 1∼3개쯤 달린 아기 채소를 가리킨다. 다 자란 채소에 비해 비타민·미네랄 함량이 서너 배에 달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항암·항산화 효과를 지닌 각종 파이토케미컬도 어린 채소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채소가 싹이 트는 시기에 자신의 성장을 위해 ‘완소’ 성분을 생합성해서다.

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왼쪽부터 적양무, 완두파종, 무순 새싹

항산화·항암 성분 듬뿍 … 식이섬유도 풍부

브로콜리싹은 1994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진이 싹에 함유된 설포라판이 강력한 암 예방 효과를 갖는다고 발표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설포라판은 또 위궤양·위암 등의 원인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균을 죽이는데도 유효한 것으로 밝혀졌다.

농촌진흥청 채소과 장윤아 연구사는 “브로콜리싹엔 설포라판 성분이 다 자란 브로콜리보다 10∼20배나 들어 있다”며 “항산화 비타민인 베타카로틴·비타민 C도 풍부하다”고 조언했다.

메밀싹도 메밀씨보다 루틴 함량이 높다. 루틴은 몸의 부기를 빼주고 혈압을 낮춰주는 메밀의 효자 성분이다.

알팔파싹은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도 들어 있어 갱년기 여성에게 권장된다.

최근 농진청은 보리싹에서 항암·항산화·미백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을 다수 발견했다.

농진청 신소재개발과 이기환 박사는 “보리싹엔 항산화 효소인 SOD가 밀싹의 6배 이상 들어 있다”며 “일본에선 보리싹이 건강기능식품으로 인기가 높아 분말·알약 등 다양한 형태로 판매된다”고 소개했다. 무싹·겨자싹은 고기나 생선회와 함께 먹으면 좋다. 소화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땅콩싹엔 포도주의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인 레스베라트롤이 포도주보다 많이 들어 있다. 또 숙취 해소 성분인 아스파라긴산도 풍부하다(농진청).

길러 먹으려면 싹 채소 전용 종자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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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상·인터넷을 통해 씨앗을 구입한다. 씨앗 값은 100mL당 1000원 선(밀싹·메밀싹 등)에서 4000∼5000원(수퍼브로콜리싹·적무싹 등) 등 다양하다.

새싹채소 전문업체인 ‘차나무’ 김범주 대표는 “종묘상에게서 씨를 살 때는 재배용인지 싹 채소용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싹 채소 전용 종자를 구입해야 한다”며 “재배용 씨엔 살균제 등 농약이 처리돼 있어 가격도 더 비싸다”고 설명했다. 손으로 문질렀을 때 하얀 가루가 묻어나거나 봉투에 ‘소독필’이라고 적힌 것은 피한다. 씨앗의 색깔이 원래 색깔인지 착색된 것인지 여부도 점검한다.

2 수온이 20도가량인 물에 씨를 6∼10시간 담가둔다. 씨 내부에 수분을 침투시켜 발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이때 물을 가끔 저어주거나 새 물로 갈아주면 씨에 산소가 잘 공급된다.

3 씨앗을 담가둔 용기에서 물을 비운 뒤 10시간가량 둔다.

4 씨를 용기에 잘 펼쳐서 뿌린다. 이때 용기에 거즈나 솜을 깔고 건조하지 않도록 분무기로 물을 뿌려준다. 재배 용기는 집안에서 시원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둔다. 가정용 싹 채소 재배기(8000∼1만원)를 이용하면 기르기가 더 수월해진다. 재배 용기가 없으면 밑면이 넓은 접시, 물이 잘 빠지는 채반·체·김발·소쿠리·철제 거름망 등을 사용해도 된다. 물이 고이면 썩을 염려가 있으므로 물이 잘 빠지는 용기를 쓴다. 커피잔에 길러도 상관없다. 커피 찌꺼기를 흙 대신 이용하기도 한다.

5 하루에 4∼5번씩 씨앗이 푹 젖을 정도로 분무기로 물을 뿌려준다. 이때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물이 바닥에 고여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하루 한 번 정도 물 받침대 안의 물을 갈아주는 것도 효과적인 곰팡이 예방법이다. 수돗물을 사용한다면 미리 받아놓고 한나절 정도 놔둔 뒤 윗물만 떠서 주는 것이 좋다.

새싹채소를 기르는 도중 2~3일 집을 비울 일이 생겼을 때는 물을 충분히 뿌린 뒤 밀폐용기나 지퍼백 등에 새싹채소를 용기째 넣고 밀봉한다.

6 무싹·브로콜리싹·배추싹·양배추싹은 5일만 지나면 먹을 수 있다. 메밀싹·보리싹·밀싹·보리싹·해바라기싹 등은 10일 기다려야 한다.

뿌리 끝 갈색이면 출시된 지 오래된 것

집에서 기르기가 ‘귀찮다면’ 마트에서 새싹채소를 바로 사서 먹는 방법도 있다. 종류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50g 기준으로 가격은 1500원가량이다. 마트에서 구입한 새싹채소는 일반적으로 집에서 기른 것에 비해 영양 측면에선 떨어진다. 유통 도중 온도가 올라가면 비타민 C·항산화 성분 등이 많이 파괴돼서다.

고려대 생명공학부 박권우 교수는 “뿌리 끝이 갈색으로 변한 것은 출시된 지 오래된 것이기 쉽다”고 지적했다.

농장에서 대량 생산된 새싹채소의 최대 약점은 세균 오염 가능성이 있다는 것.

대농바이오 황성헌 사장은 “일반 세균 수(식중독과는 무관)를 줄이기 위해 생산할 때 소독 효과가 있는 오존수를 쓴다”며 “1g당 세균수가 10만 개 이하여야 한다는 자체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 출하한다”고 말했다.

유통 과정에서 세균 수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다. 새싹채소의 호흡으로 미열이 생기는 데다 식품매장의 온도가 보통 10도 이상이어서다. 세균은 7도만 넘으면 증식한다. 따라서 새싹채소는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은 뒤에 섭취해야 한다.

식초 섞은 물에 담가 놓으면 세균 걱정 뚝

새싹채소는 세균이 자라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재배할 때 습도·온도가 높은 데다 세균이 좋아하는 양분이 풍부해서다. 따라서 미생물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아직 국내엔 새싹채소 미생물 기준이 없다(현재 마련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새싹채소의 씨앗에 염소 소독을 하도록 권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새싹채소=친환경 식품’이란 이미지가 강해 염소 소독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새싹채소를 먹기 전에 세척을 충분히 해야 하는 이유다.

농진청 채소과 최지원 연구사는 “실험 결과 물 9컵에 식초 1컵을 넣은 물에 새싹채소를 5분가량 담가놓으면 세균 수가 10분의 1~100분의 1로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식초 살균을 한 뒤 물로 충분히 씻어내면 식초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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