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손자병법 복귀한 오현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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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좀더 푸근한 드라마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

4년전 후두암으로 브라운관을 떠났다 '손자병법' 으로 복귀한 탤런트 1세대 오현경 (62) . 평소 후배들에게 '쓴소리' 를 서슴지 않는 연기자로 유명한 그는 "방송사마다 시청률에 과민한 탓에 소신있는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고 운을 뗐다.

시청자를 위에서 끌어당겨야 할 방송이 오히려 밑에서 비위를 맞추는 경향이 심하다는 것. 인기를 내세우다 보니 품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KBS2 화요드라마 '싱싱 손자병법' 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만년부장. 90년대 전후 샐러리맨의 애환을 대변했던 '손자병법' 의 만년과장에서 한 단계 승진했다.

하지만 나이 어린 본부장과 개성이 강한 신입사원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 그의 '브랜드' 인 익살과 재치로 힘겨운 조직생활을 버텨나간다.

"글쎄, 연기가 제대로 될지 복귀의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섰어요. 다행히 반응은 좋은 편입니다. 후배들과 호흡이 잘 맞을까 염려했는데 별 무리가 없어요. "

예전보다 직장인들이 더 힘겨워졌다고 하자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고 답했다.

반면 사회현상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주문. 드라마는 드라마로, 즉 일상의 구석구석을 가볍게 건드리는 오락으로 보아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활동하는 남자 연기자 가운데 최고참에 속하는 그. 지난 61년 이순재와 함께 KBS 개국방송에 얼굴을 내민후 변함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그의 첫 출발은 연극. 연세대 국문과 시절부터 줄곧 무대와 관계를 맺어왔다.

그래서 "드라마보다 연극에 관심이 더 간다" 고 고백한다.

다시 꼬장꼬장한 한마디. "방송언어의 오염이 심각해요. 발음이 부정확한 연기자가 많고 속어.비어도 난무해요. " 잘못된 우리말부터 바로잡자고 역설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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