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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제17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인 나희덕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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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고통이 존재하는 삶에 대한 애정을 따뜻한 시어로 노래해온 젊은 시인 나희덕(32)씨가 민음사가 주관하는 제17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로 뽑혔다.

"김수영이라는 이름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는 수상소감의 어조는 10년전, "기쁨과 고통이 함께 내게로 걸어왔다" 던 신춘문예 당선소감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충남 논산에서 나서 연세대 국문과를 나온 시인이 문단에 선뵌 것은 91년 펴낸 첫 시집 제목이기도 한 시 '뿌리에게' 로 89년 신춘 중앙문예에 당선되면서. 이후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와 이번 수상작인 '그곳이 멀지 않다' 까지 3권의 시집을 펴내며 시인은 80년대의 정치사회적 유산에 짓눌리지도, 90년대의 과도기적 혼란에 요동하지도 않고 삶의 진정성에 기반한 서정의 세계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자기 시가 지닌 '일말의 건강함이나 단정함' 이 김수영의 시세계와 거리가 있다고 여겼던 터라 처음에는 수상소식이 당혹스러웠다는 것이 시인의 솔직한 말. 그러나 이번 수상으로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시세계와 시어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는 말이 바로 이어진다.

"시대의 대세보다 내 본성에 맞는 것,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노래하려 했다" 는 말은 시인의 태도를 대변한다.

시를 읽는 진지한 독자가 줄어드는 것을 염려하는 세상 추세와 달리 나씨는 "시(詩)는 '예술의 칼날' 과 같은 것" 이라고 전제, "날의 생명력은 크기가 아니라 예리함이 문제" 라는 말로 시의 미래를 낙관한다. 이같은 낙관이 너나없이 혼란기라고 부르는 90년대를 서정주의로 관통하는 힘이 된 모양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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