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은사 선 수행 중심도량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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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도심 사찰의 상징 봉은사가 21세기 정보화.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절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조계종 직할사찰인 봉은사는 정보화 사회의 모범사찰을 지향하며 '21세기를 향한 봉은사 사찰운영 계획안' 을 최근 내놓았다.

단위 사찰의 개혁이랄 수 있는 이 계획의 기본 방향은 불교의 대중화를 위한 선진적 프로그램 개발과 경영 원리를 도입한 종무행정 혁신이다.

정보화시대에는 누구든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정보들을 엮고 가공해 새로운 무엇을 창출하는 것. 이를 위해서는 직관적 통찰력이 필수적이다.

학생과 일반인을 위한 현대적인 선 (禪) 학습과 수행 프로그램을 개발, 정보화 사회 속에 직관적 통찰력을 불어넣어주겠다는 것이 봉은사의 계획이다.

나아가 서구로부터 역수입되고 있는 명상센터, 다른 종교단체 등의 단전호흡 등에 견주어 명실상부한 선의 시민 도량으로 위치를 잡겠다는 구상이다.

봉은사는 또 정보화사회에서 거대조직은 사라지고 동호회같은 소규모 모임이 활성화된다고 보고 이런 모임들을 적극 사찰로 끌어들이는 한편 시민 교양.취미 강좌도 개설할 예정이다.

또 직장인.실직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면서 간접 포교의 장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봉은사는 또 투명한 종무행정을 내세우고 있다.

봉은사 소임 승려들과 신도의 대표자로 사찰운영위원회를 구성, 사찰운영의 합리화와 투명성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기업식 예결산제도와 성과평가제도를 도입, 생산적인 재정운영을 꾀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교육.의식.경제 수준에 있어서 가장 발전적인 모습을 자랑하는 강남의 요지에 위치한 봉은사의 개혁 결과는 21세기 정보화시대에 한국불교가 나아갈 길의 한 지침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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