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초대형기업들 연말 M&A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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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하반기들어 다소 주춤했던 세계 초대형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이 연말 결산기를 앞두고 또다시 붐을 이루고 있다.

다우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3일에는 월가에서만 하루 11건, 6백50억달러 규모의 M&A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 여름이후 하강곡선을 그리던 미.유럽 증시가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그동안 M&A를 모색해 왔던 기업들이 앞다투어 계약에 나서고 있기 때문. 세계적 경제위기로 손실을 입은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압력이 거세진 것도 '짝짓기 열풍' 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추세는 내년에도 에너지.통신.금융부문을 중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아시아 경제가 상승세를 타게 되면 아시아 기업에 대한 서방기업들의 M&A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산업별 동향 = 바닥세의 유가로 인해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석유산업의 합병이 활발하다. 저유가 시대가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덩치를 일단 키워놓고 보자는 속셈이다.

엑슨과 모빌이 합병을 추진함에 따라 라이벌 로열더치 셸을 비롯한 다른 석유메이저들도 적극적으로 파트너를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지난 8월에는 이미 영국 BP와 미국 아모코가 합병을 발표했다.

정보통신업계는 무한한 시장 가능성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크고 작은 합병이 잇따르고 있다. 아메리카 온라인(AOL) 은 넷스케이프를 42억1천만달러에 인수하면서 선마이크로시스템과 제휴, 마이크로 소프트(MS)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금융부문에서는 은행.증권사간 합병을 넘어 금융시장간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독일.영국의 증시 통합 계획에 최근 스페인.이탈리아.네덜란드 등이 가세, 유로 출범을 앞두고 범유럽 금융시장 형성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 아메리칸 증권거래소(Amex)와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가 통합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상반기와 달리 초대형 합병보다는 중규모 합병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 합병은 규모는 작지만 해당 분야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훽스트와 롱플랑(제약) , 시브와 BTR(자동화기기) , 타이코 인터내셔날과 AMP(보안시스템) 등의 M&A가 대표적인 경우다.

◇ 독일 기업들의 미국 진출 = 상반기 다임러 벤츠.크라이슬러 합병과 베르텔스만의 랜덤하우스 인수에 이어 최근 도이체 방크가 뱅커스 트러스트를 97억달러에 인수하기로 잠정합의했다. 이같은 독일 기업의 움직임에 대한 시각은 두갈래로 갈라진다.

우선 아시아.중남미 경제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타격을 적게 받은 독일 기업들이 미국 공략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미 언론들은 독일 기업이 생존을 위해 어쩔수 없이 미국으로 몰려 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좌파 집권으로 조세정책이 강화될 것을 우려, 세금.금융부담이 적은 미국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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