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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신뢰 무너졌다“ … 지금이 체질개선 마지막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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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하지만 백 청장이 지니고 있는 국세청에 대한 인식이 물러진 것은 아니다. 그는 이날 관서장회의 인사말 첫머리에 “취임 후 한 달간 여러 사람을 만난 결과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전직 국세청장의 잇따른 불명예 퇴진은 국세청을 비리와 음모의 온상으로 비치게 했다. 세무조사가 다른 목적으로 이용된다는 의심도 끊이지 않는다. 직원들은 청장이 바뀔 때마다 ‘개혁 대상’이 됐지만, 결국엔 상층부의 문제로 인해 손가락질을 받는 처지가 됐다. 인사는 연줄과 로비의 잡음에 휩싸이곤 했다.

변화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졌다. 그는 우선 세무조사 시스템을 바꾸기로 했다. 연간 매출 5000억원 이상의 대기업이 4년 주기로 정기 세무조사를 받도록 한 것은 조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정기조사는 5년마다 한다는 원칙이 있지만, 실제로는 4~7년으로 들쭉날쭉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언제 세무조사를 받을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국세청의 고위 간부는 “대기업의 경우는 주기적으로 세무검증을 받는 것이 장기적인 기업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사계획을 수립하고 결과를 평가하는 부서와 실제 조사를 나가는 부서를 분리했다. 내부 견제를 위해서다.

조직 개편의 목표는 ‘작지만 효율적인 조직’이다. 본청은 기획, 지방청은 조사, 세무서는 납세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다.

국세청은 이번에 공정한 인사를 위해 본청 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를 설치했다. 여기서 각종 인사 기준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4~5급의 전보는 지방청장이 책임지고 한다. 국세청장이 행사하던 인사권을 대부분 위임한 것이다. 막힌 혈관은 외부 인물을 영입해 뚫는다. 본청 국장 보직 중 납세자보호관·감사관·전산정보관리관 등 세 자리엔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로 했다. 이는 본청국장 보직의 30%에 해당된다. 특히 감사관에 외부 인사를 쓰기로 한 것은 고위 간부에 대한 감찰을 강화하겠다는 백 청장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납세자 권익 보호도 강화했다. 내년부터 법인 납세자는 세금 신고를 하기 전 국세청이 신고에 필요한 매출·매입 참고자료를 제공한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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