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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미술관 개관전 '다시찾은 근대미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오는 12월 1일 덕수궁미술관이 정식으로 문을 연다.

덕수궁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최만린) 분관 자격으로 덕수궁 석조전 서관에 자리잡는다.

전시공간 약 4백평. 대규모는 아니지만 서울 최도심에 국립 미술관이 들어서고, 현대미술에 치중해오던 그간의 전시 경향에서 눈을 돌려 근대미술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는 점 등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최관장은 "도심의 국립미술관은 일반과 미술을 연결하는 최단.최선의 길" 이라고 강조하고 "덕수궁미술관을 근대미술 위주로 운영하는 것은 우리 미술사를 차곡차곡 정리해나가는 작업의 일환" 이라고 설명했다.

근대미술은 몇몇 대표작가들 위주로 기술.소개돼온 우리 미술사의 미완의 영역으로 남아왔다.

최관장은 또 "월북문제 등 시대적 이유로 일반에 알려질 기회를 잡지 못했던 근대 작가들을 발굴.소개해 이러한 편식을 바로 잡아 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덕수궁 미술관의 데뷔전시는 '다시 찾은 근대미술' 전이다.

1900년부터 1950년대 후반까지를 일단 근대로 잡아 미발표작 1백50여 점이 공개된다.

우선 하나의 큰 갈래는 월북작가와 재외한인작가다.

월북작가의 작품으로는 배운성의 '해금강 총석정' , 최재덕의 '뜰' '어항' , 길진섭의 '모란' 등이 대표적. 특히 50년대 일본미술계에서 활약하다 월북한 '창고' 의 조양규, 이쾌대의 형이자 '격구도' 를 그린 이여성, '지리산 조운도' 의 정종여 등 미술사에서 누락됐던 근대작가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중국.러시아.일본을 무대로 한 작가로는 석희만, 전화황, 송영옥, 니콜라이 신 등이 소개된다.

전화황은 1939년 일본으로 건너가 말년엔 교토 (京都)에 미술관을 세우기도 했던 인물. 다른 한 갈래는 지방 작가들. 경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30년대 화가 황술조의 '경주 남산' , 역시 30년대에 경북미술가협회 창립을 주도했던 배명학의 '정물' 등이 빛을 본다.

조선미술전 대상인 창덕궁상을 2회 수상했던 대구출신 화가 이인성의 부조 '포도나무 숲의 여인' 은 대구 남산병원 작업실 건물에 붙어있던 작품을 건물이 헐릴 때 실리콘을 부어 형태를 떠 복원했다.

이미 알려진 대가들의 미발표작을 만나는 것도 덕수궁미술관이 제공하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노수현의 '사계산수' , 이응로의 '소' '삼각산' , 이중섭의 크레파스화 '물고기와 아이들' '북한산이 있는 풍경' , 박수근의 '노상' 등. 아쉬운 점은 개인 소장품의 경우 워낙 고가이고 가보로 소중히 여겨 일반공개를 꺼리는 탓에 이번에 세상구경을 못하게 된 작품들이 더러 있다는 것. 그러나 과천과 서울 도심 두 장소가 한데 어우러져 '통사적 (通史的) 미술관' 이 탄생한다는 것은 즐거운 미술사적 사건이다.

전시는 내년 3월말까지 이어진다.

02 - 503 - 7744.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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