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언론 첫 ‘미 육군훈련소 포트 어윈’을 가다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고급 주택단지를 연상케 하는 포트 어윈 육군훈련소 내 사택단지. 주택마다 3~4개의 침실을 갖추고 있으며 케이블과 인터넷이 연결돼 있다. 장병들은 지급받은 2000달러의 거주비용으로 임대료를 낸다.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 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파병군 훈련소인 포트 어윈(Fort Irwin). 훈련은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혹독하지만, 시설은 최고급 주거단지 못지않다. 첨단 주택과 함께 자녀교육과 심리상담 등 장병들에게는 각종 서비스가 제공된다. 병사들의 사기를 높여 전투력을 끌어 올리려는 것이다. 포트 어윈의 삶 속으로 들어가 봤다.

지난 6일 열대의 모하비 사막을 3시간가량 차로 달려 도착한 포트 어윈 육군훈련소. 정문 초소에서 3㎞ 떨어진 바위산에는 온갖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포트 어윈을 거쳐간 파병 부대들의 휘장입니다. 부대원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서죠.” 이틀 일정으로 부대를 방문한 로스앤젤레스 지역 육군 후원회원 20여 명의 안내를 맡은 게이지 채플 대위가 말했다.

“포트 어윈은 사막에 있기 때문에 그만큼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죠. 전자파 방해가 없고, 항공기 운항도 제한할 수 있으며, 인구 밀집지역과 동떨어져 군사훈련엔 최적입니다.”

초소를 지나 들어선 훈련소에는 도시의 각종 편의시설이 완비돼 있었다. 2600㎢(서울의 4.3배)의 부지에 초·중학교와 고급 식당·극장·박물관·골프장이 들어서 있었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도 지난해 생겼다. 미 국방부는 부대 운영에 매년 2억5000만 달러(약 3100억원)를 쓴다. 훈련소 생활은 풍요롭다. 교육센터에서는 아랍어 등 파병지 언어를 가르치고, 대학 과정까지 제공한다. 머리 실리켄라이더 교육관은 “부대 안에는 바스토우 시립대 분교가 있고, 군인은 물론 가족까지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뷔페식인 부대식당의 점심 메뉴는 바닷가재·스테이크 등 20여 종류에 달했다. 파병 군인은 무료이고, 군무원·방문객은 3달러를 내면 된다.

뷔페식으로 운영되는 포트 어윈 육군훈련소의 부대 식당. 바닷가재와 스테이크 등 20여 가지 음식이 나온다. 파병 군인은 무료이고, 군무원·방문객은 3달러를 내면 된다.


장병 복지관은 13명의 전문인력을 둬 신병들의 각종 고민을 들어준다. 부모의 파병으로 자녀들이 겪을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과 투자 등 자산운용 상담까지 19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부대 매점은 대형 할인점인 월마트나 타깃 매장에 견줄 정도로 규모가 컸다. 함께 견학한 예비역 리카르도(35)는 “군인들 사이에선 부대 매점이 ‘육군 코스트코(회원제 할인매장업체)’로 불린다”고 말했다. 이 매점은 면세로 판다.

다음 날 방문한 사택단지는 고급 주택들이 밀집한 로스앤젤레스 인근 오렌지 카운티를 연상시켰다. 잘 단장된 가로를 따라 2475채의 단독주택이 들어서 있다. 전용면적 158㎡ 규모의 널찍한 집에 3~4개 침실을 갖췄으며, 케이블·인터넷 회선이 내장돼 있다. 사택단지에는 사병과 장교가 함께 산다. 미겔 하우 중령은 “계급 간 위화감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단지는 민간 주택관리업체인 피너클과 육군이 공동 운영한다. 피너클 관계자는 “군인들에게 지급되는 2000달러의 거주비용을 렌트비 형태로 받는다”고 말했다. 군인 가족은 자대 배치를 받은 지 하루 안에 빈 주택에 들어갈 수 있다.

포트 어윈은 이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1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태양발전소 건립이다. 모하비 사막의 뜨거운 태양열을 전기로 바꾸려 한다. 완성되면 훈련소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도 전기를 공급하게 된다. 포트 어윈은 척박한 사막의 훈련장이 아니라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파병 군인들의 보금자리이자 전쟁을 준비하는 천국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와우로 참모장 “총 쏘는 법보다 생각하는 방법을 먼저 가르칩니다”

“총 쏘는 방법을 가르치기에 앞서 생각하는 방법부터 알려줍니다.”

포트 어윈 육군훈련소를 견학한 지난 6일. 훈련소 사령부에서 20여 명의 로스앤젤레스 지역 육군 후원회원들을 맞이한 조셉 와우로 대령은 파병 훈련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했다. 포트 어윈의 참모장인 와우로 대령은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훈련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했다. 미 국방부는 파병 첫 단계에서 파병 대상 부대와 포트 어윈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게 한다. 부대별 임무에 맞는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다. 기갑·포병·공병대 등 부대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한다. 파병 8개월 전부터 의견을 조율한다. 본격 군사훈련은 27일간 4개 과정으로 나눠 실시된다.

기자가 와우로 대령에게 “한인 기자”라고 소개하자 “지난해 한국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며 반가워했다.

◆포트 어윈=미 육군의 2개 국립군사훈련소 중 하나로 로스앤젤레스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중간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실전훈련을 위해 제11기갑기병연대가 가상 적군 역할을 한다. 부대 거주 인구는 2만2700여 명으로 웬만한 소도시와 맞먹는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 1940년 대공화포 사격장으로 문을 열었다. 2년 뒤 제1차 세계대전 영웅인 조지 어윈 소장의 이름을 따 훈련소 이름을 지었다. 51년 한국전쟁에 파병된 장갑차 전투훈련장으로 쓰였고, 베트남전 때는 포병부대와 공병대를 훈련시켰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이라크와 아프간 파병군 훈련소로 쓰인다.

글·사진=미주 중앙일보 LA지사 정구현 기자  koohyun@koreadaily.com

[관련기사] 한국 언론 첫 ‘미 육군훈련소 포트 어윈’을 가다 <상>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