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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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방한 이틀째를 맞은 클린턴 미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정상회담에 이어 오후에는 우리나라 민간인들과 원탁간담회를 가졌으며 저녁에는 다시 청와대에서 만찬에 참석하는 바쁜 일정을 보냈다.

클린턴 대통령은 특히 김대중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에서 북한 지하핵시설에 대한 사찰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안보.화해를 병행하는 우리의 대북정책에 지지를 표시했다.

○…오전 11시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단독 정상회담은 예정시간 30분을 훨씬 넘겨 1시간20분간 계속됐다.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 대변인은 "양국 정상은 마치 다정한 친구사이처럼 푸근한 마음에서 대화를 나눠 회담이 길어졌다" 고 설명. 朴대변인은 회담분위기에 대해 "손도, 발도, 마음도 잘 맞았다" 라고 총평.

회담은 먼저 金대통령이 아태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 성과를 설명하고 이에 클린턴 대통령이 일본방문 결과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클린턴 대통령이 金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물으면서 회담은 북한문제로 집중됐다.

金대통령은 안보와 화해를 병행하는 포용정책을 설명하면서 "대북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문제는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해가겠다" 고 설명. 金대통령은 이어 "남북간에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을 포함한 국제적 지지를 얻어 한 목소리로 북한을 설득하면 효과가 있을 것" 이라며 미국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 대통령은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력히 지지한다" 고 명백히 밝혔다.

클린턴 대통령은 특히 "어젯밤 북한으로 떠나는 관광선의 모습을 TV로 보았는데 매우 감명스러웠다" 고 지적. 그러면서도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의 국내사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

미국민의 지지와 함께 특히 예산지원을 결정할 의회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며 미국 의회의 강경분위기를 감안해줄 것을 요청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특히 "동북아지역의 안정과 세계평화를 위해 북한의 지하시설물에 대한 사찰과 미사일 확산에 대한 저지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고 역설했다.

○…단독 정상회담에 이은 확대 정상회담은 첫머리에서 金대통령이 "단독회담에서 대북문제 등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으니 이번 회의에서는 주로 경제에 대해 길지 않게 얘기하자" 고 제안, 주로 경제현안에 대해서만 논의한 뒤 약 15분 만에 회담을 마쳤다.

○…金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은 연쇄회담을 마친 뒤 별도의 방에서 각각 비빔밥과 양식뷔페로 점심. 金대통령은 우리측 관계자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나도 말 잘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클린턴처럼 말 잘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며 클린턴의 달변에 감탄.

金대통령은 이규성 (李揆成) 재경부장관에게 "클린턴 대통령도 고어 부통령처럼 재벌의 구조조정을 얘기하더라" 며 "구조조정을 조속히 매듭지으라" 고 지시했다.

○…점심후 이어진 양국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는 외국인 기자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르윈스키 사건에 대해 질문해 잠시 회견장에 긴장감이 돌았다.

이에 대해 클린턴 대통령은 "많은 고통이 있었다" 고 인정한 뒤 "최선을 다해 올바르게 처신하고자 노력했다.

의회가 대통령에게 어떻게 하라고 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

의회가 초당파적으로 대처해주길 바란다" 며 간단히 대답.

○…한편 金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후 7시 클린턴 대통령 일행을 초청, 만찬을 함께 했다.

이날 만찬에는 우리측에서 1백20여명이 초대받았는데, 여야 정당지도자들과 행정부.학계.종교계.사회단체 대표 외에 미스코리아와 영화배우 등 연예인이 많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미스코리아 진.선.미로 뽑힌 최지현.이재원.최윤희씨와 전 미스코리아 진 한성주씨, 영화배우 강수연,가수 엄정화.유열, 연극배우 손숙씨 등이다.

○…이에 앞서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청와대옆 국립민속박물관을 관람한 뒤 장하성 (張夏成) 고려대교수.박인상 (朴仁相) 노총위원장.박용오 (朴容旿) 두산그룹회장.손봉숙 (孫鳳淑)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등인사들과 1시간 동안 원탁간담회를 갖고 시중의 일반여론을 수렴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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