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매장 '하루 지나도 폐기' 무한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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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당일 생산→당일 판매→당일 폐기' 계란.우유.빵.쇠고기.반찬류 등 식품을 판매하는 매장의 신선도 경쟁이 끝이 없다.

하루 지난 제품은 폐기처분하는가 하면 신선도를 자랑하기 위해 제품 표면에 생산일자를 표기하는 제조업체나 백화점.할인점도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할인점 마그넷은 계란의 겉 껍질에 생산일자를 찍은 '생생란' 을 판매하고 있다.

닭이 계란을 낳은 지 30시간이 지나면 납품회사인 춘천양계에 반품하는 체제를 갖춰 신선한 제품만 취급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마그넷 생생란은 30개 들이 한판 값이 2천8백50원으로 다른 일반란과 비슷하지만 판매량은 하루 평균 3백판으로 일반란보다 50% 많다.

국내 굴지의 양계업체인 ㈜가농 (경기도포천) 도 그날 생산된 '바로 오늘' 계란만 판매한다.

10개 들이 한캡슐 값이 2천6백원으로 다른 계란 (1천5백~2천1백원) 보다 비싼데도 현대.LG백화점 등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또 롯데.신세계는 이 회사에 단독매대 설치를 제의하고 있다.

빙그레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체인점 '썬메리' 는 백화점.주택가 등에 개점한 18개 점포에서 '당일 생산 - 당일 판매'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매장 한편에 빵 제조설비를 갖춰 놓고 밀가루 반죽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즉석에서 해결한다.

썬메리 성내점 박상종 사장은 "하루 지난 빵은 고객에게 팔지 않는 게 원칙" 이라며 "팔다가 남은 빵은 그냥 버리기 아까워 성당에 기증하거나 불우노인들과 나눠 먹는다" 고 말했다.

신선도를 내세워 한몫 보는 우유도 있다.

회사 사장 이름을 브랜드로 붙인 '강성원우유' 는 젖소에서 짜낸 우유를 곧바로 제품으로 만든다는 점을 내세워 서울 강남지역 백화점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우유는 다른 제품과 달리 집유소의 저장고를 거치지 않고 젖소에서 짜낸 우유를 5일 이내에 제품으로 만든다.

정육제품의 신선도 경쟁도 뜨겁다.

그랜드백화점과 그랜드마트는 냉장창고에서 당일 판매분만 꺼내 팔고 있으며 작업장.냉장고.판매대의 냉장온도를 영하 3도로 일정하게 유지해 색깔.고기질이 변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한화유통은 갤러리아백화점과 한화마트에서 '강진맥우' 쇠고기를 4일간만 진열하고 이 기간을 넘기면 매장에서 철수시킨다.

구이김.즉석빵.튀김류.판두부의 경우 제조 당일에만 팔고 단무지.조미김.건포류의 유통기한은 종전 6개월에서 30~45일로 단축했다.

뉴코아백화점은 1백20가지 반찬류를 제조 당일에만 판매하는 신선코너를 운영중. 산지에서 직송한 재료로 반찬을 만들어 하루가 지나면 다음날 전량 수거해 간다.

또 완당만두코너는 신선도를 위해 만두를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고객이 주문할 때 즉석에서 만들어 주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신선도를 많이 따지고 있어 당일 생산.판매하는 품목이 늘어날 것" 이라고 내다봤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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