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와르 재판 공정히”고어 비난에 마하티르“무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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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 전야인 16일 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세계무역센터 세계재계지도자들과의 만찬회장. 연단에 오른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은 몹시 흥분한 모습이었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 가운데 우리는 여러가지 언어로 개혁을 요구하는 소리를 듣는다.

민중의 힘과 도이 모이 (쇄신).레포르마시 (개혁)가 그것이며 우리는 당장 이곳에서 용감한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그 소리를 듣고 있다. "

청중석에 있던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대통령은 애써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며 나지막이 불만을 토로했다.

"내 생전에 이렇게 무례한 말은 처음이군. "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 구속을 둘러싼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갈등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사건이다.

이에 앞서 15일 열린 APEC각료회담장.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라피다 아지즈 말레이시아 무역장관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안와르 부총리는 매우 존경받는 지도자다.

공평한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

"다음에 미국가면 켄 스타검사를 만나고 싶다. "

"스타 검사는 (안와르처럼) 감옥에 있지 않다. "

"그게 아니고 궁금한게 있어서 그사람에게 (클린턴 대통령 스캔들 관련) 얘기를 듣고 싶다. "

이날 험악한 분위기로 회담장 분위기가 얼어붙은 것은 당연한 일. 실제로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15일 안와르 부총리의 부인 아지자 여사를 만나 말레이시아 정부와 민주적인 대화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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