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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피서, 하늘로 가실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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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 유명산 활공장 경사면을 박차고 이륙한 패러글라이더가 남한강을 바라보며 비행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 유명산(862m) 정상 부근 해발 750m 능선의 패러글라이딩 이륙장. 장마가 지나고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요즘 이곳은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정체현상을 빚는다. 쉴 새 없이 “뛰어!”라는 고함이 들리고, 줄지어 캐노피(canopy)를 등에 멘 사람들은 경사면을 내달린다. 그가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면 환호성과 박수가, 풀밭에 고꾸라지면 탄성이 터져 나온다.

박수와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곳은 1980년대 말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연 ‘패러글라이딩의 메카’다. 서울에서 가깝고 정상까지 자동차가 올라갈 수 있고, 남한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멋진 풍경과 능선을 따라 언제나 불어 주는 상승기류 등 비행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요즘 주말에는 200여 명, 평일에도 50여 명 이상이 이곳을 찾고 있다. 이륙장과 착륙장은 마치 끊임없이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공항을 연상케 한다. 바람이 적당히 불어 주면 적체가 별로 없지만, 바람이 없으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불평하는 이는 없다.

지난해 10월 패러글라이딩에 입문했다는 박소연(27)씨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이젠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비행하고 있어요.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것도 매력적이고, 상승기류를 타고 떠오르는 느낌은 말로 설명할 수 없게 짜릿하답니다”고 말했다.

패러글라이딩은 낙하산(parachute)과 행글라이딩(hang gliding)의 합성어로 84년 프랑스의 등반가에 의해 개발됐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2년 뒤다. 기체가 가볍고, 접었을 때 부피가 작아 휴대가 간편하다는 장점으로 행글라이딩을 밀어내고 항공레포츠의 절대강자가 됐다.

비행은 능선을 따라 오르는 바람에 기댄 리지(ridge)비행과 상승기류를 잡아타는 서멀(thermal)비행으로 나뉜다. 항공레포츠 전문 업체 날개클럽의 윤청(48) 회장은 “패러는 상승기류를 잡는 게 핵심”이라며 “이를 잘만 갈아타면 몇 시간 공중에 떠 있을 수도 있고, 100㎞가 넘는 장거리 비행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자기 장비를 갖추고 한 달에 3~4회 비행을 즐기는 동호인만 3000여 명에 이른다. 대여 장비를 이용해 비행하는 동호인까지 더하면 1만 명을 헤아린다.

어디서 배우나 전문 강습업체 10여 개(표 참조), 동호회 형식의 아마추어 클럽 30여 개가 있다.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다.

어떻게 배우나 전문 강습업체는 하루 8시간을 기준 6일 과정을 권한다. 장비에 대한 이해와 초보적이지만 기체역학 등을 배우고, 비행에 대한 공포를 떨쳐내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4일 정도는 지상에서 장비 취급 요령 등을 익히고 낮은 구릉부터 이착륙을 경험한다. 5~6일째에는 300m 이상의 지점에서 본격적인 비행을 시작한다. 유명산 등 활공장에서 교관과 함께하는 탠덤(2인승)비행으로 투어비행을 한다.

어디서 비행하나 유명 활공장은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다. 양평 유명산을 비롯해 용인 정광산, 충남 보령 옥마산, 충북 단양 두산·양방산, 제천 비봉산, 강원 영월 봉래산, 강릉 선자령, 경북 문경 단산, 전남 장흥 사자산, 부산 금정산, 경남 거제 계룡산, 하동 형제봉, 남해 망운산 등이다.

장비는 기본적으로 날개 부분인 캐노피와 패러코드(낙하산 줄), 비행 중 앉아서 탈 수 있도록 만든 멜빵의자인 하니스(harness)로 구성된다. 여기에 보조낙하산·헬멧·무전기·비행화·장갑 등이 추가된다. 이를 모두 구입하려면 500만~600만원 정도 필요하다. 강습업체나 동호회를 통해 산다.

글 = 박상언 기자
사진 =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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