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예술가 이윰.박혜성 '갤러리 현대'서 동시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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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실험성' 과 '대중성' 을 동시에 추구하는 젊은 행위예술가 2인의 무대가 마련된다.

18일부터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이윰 (27) 의 '사군자 - 매란국죽' 과 박혜성 (30) 의 '미술과 마술' 전이 그것. 두 개인전은 모두 ㈜ 레더데코의 미술인 창작지원프로그램인 '쌈지 아트 프로젝트' 의 일환으로 갤러리 현대와의 공동후원 하에 진행된다.

이윰은 96년 갤러리 시우터에서 선보였던 아크릴 의상에 이어 고무 소재 의상을 선보인다.

부드럽고 유연한 고무의 질감에서 '사군자' 로 대표되는 수묵화의 포용력이 떠오른다.

"힘차면서 밀도있는 고무와 먹에서 '동양성' 을 뽑아낸다" 는 게 이씨의 설명. 그가 추구하는 '동양성' 은 감각적 서구문화의 수용은 매우 빠르지만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체성이나 절대적 가치관이 희박한 신세대의 모습을 보며 힌트를 얻은 것이다.

이씨는 "동양의 절대정신.지조같은 동양미학을 동시대의 감수성에서 재조명하자는 것" 이라고 말한다.

판타지와 신화에 열광하는 신세대에게 동양의 카리스마적 인물과 초월적 존재를 소개한다는 대목에서 그가 '네오 오리엔탈리즘' 이라 칭하는 이 작업이 대중적인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읽힌다.

그가 철저히 추구하는 '시각성' 은 요즘 젊은 세대에게 가장 소구력이 높은 요소이면서 동시에 미술의 본질이기도 하다.

이번 고무소재 의상을 입고 행한 퍼포먼스는 영상으로 기록되고 이어 무대로 올려질 예정. 무용가 김효진.음악가 김동섭과 함께 결성한 '이미지 시어터' 가 지난 1월에 선보인 복합 퍼포먼스 '보디 드로잉' 을 떠올리면 된다.

마술을 배우러 1년간 캐나다 토론토에 머무르기도 했던 박혜성은 전시회 기간 중 나흘 동안 (18.21.25.26일) 총 6회의 마술 퍼포먼스를 펼친다.

프로젝트 디렉터인 미술평론가 김홍희씨는 "미술의 모방성과 마술의 눈속임은 서로 일맥상통하는 부분" 이라고 박씨의 작업이 갖는 의미를 설명한다.

리얼리티가 배어있는 세부묘사로 실물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트롱프 뢰일' 기법을 사용하는 15세기 화가 얀 반 아이크의 그림 '아놀피니 결혼초상' 이 퍼포먼스의 배경으로 사용되는 것은 '속인다' 는 점에서 그림과 마술의 절묘한 결합이라 할 만하다.

마술 소도구 자체가 설치작업을 수행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 가로 150, 세로 180, 폭 50㎝의 커다란 금속박스 2개와 붉은 벨벳으로 된 삼각뿔 차양 등이 그것이다.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상업적으로만 인식돼온 마술을 이용해 대중과 유리됐던 미술을 끌어내려 소통을 하자는 게 목적" 이라는 박씨의 설명에서 이 실험이 갖는 의미가 엿보인다.

26일까지. 02 - 734 - 8215.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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