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올 식량부족 30년만에 최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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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러시아가 올 겨울 30년래 최악의 식량부족사태를 맞을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는 곡물생산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가통계국은 지난 11일 "올해 곡물생산이 97년 대비 40여% 감소한 5천1백50만t에 그칠 것" 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생산량이 줄어도 식량난은 없다" 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의미있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러시아내 식량난의 주 원인은 기상이변이다.

전세계적 기상이변에 러시아도 영향을 받아 가뭄이 심해지면서 북부 코카서스 및 남부 우랄 등 러시아 곡창지대 1천2백만㏊의 곡물작황에 큰 차질이 생긴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루블화 폭락은 곡물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러시아에 가격폭등으로 이어져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같은 식량위기의 대표적 피해자들은 연금수령자와 고아.실업자.사병들이다.

특히 러시아 북부와 동부 시베리아 등지에서는 수천명 주민들이 추위와 배고픔을 피해 피난을 떠나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또 다른 식량위기의 피해자는 러시아군에 징집된 사병들. 혹독한 추위가 시작된 시베리아 지역의 군인들은 경제위기로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데다 식량공급마저 끊겨 고통 속에 겨울을 보낼 수 밖에 없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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