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접촉 스케치]'결렬' '재협상' 사선 넘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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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는 9일 무산위기에 내몰린 여야 총재회담을 살려내느라 온종일 분주했다.

여야는 연내 경제청문회 개최 확정 (국민회의) 과 표적사정 중단입장 표명 (한나라당) 이라는 카드를 맞들고 협상 결렬과 재협상 사이를 넘나들었다.

결국 양당 모두 김대중 대통령 방중 (訪中) 전 총재회담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시한에 쫓긴 가운데 양당 사무총장이 "이제 더이상 조율은 없다" 는 각오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아 의견을 좁혀갔다.

협상 주 채널인 양당 총무는 각각 여의도 모처에 자리를 잡고, 초조한 심정으로 총장회담 결과를 기다렸다.

○… "내일 (10일) 을 놓치면 당분간 때를 기약할 수 없다" 는 절박감은 여야간 차이가 크지 않았다.

여야는 오전 10시40분쯤 오찬 총재회담 무산을 공식 발표해놓고 총무간 접촉을 재개했다.

한화갑 국민회의 총무는 오후 4시 기자실을 찾아와 박희태 한나라당 총무와의 재접촉을 공개. 양당 총무는 곧 전화기를 붙잡고 이견조율에 들어갔는데 국민회의는 아예 韓총무와 정균환 (鄭均桓) 총장이 조세형 (趙世衡) 대행실에 모여 즉석에서 조정안을 다듬어가며 협상에 임했다.

한나라당은 절충한 내용을 신경식 총장과 朴총무가 함께 들고 이회창 총재실로 직행해 새로운 지시를 받는 형태로 합의점을 향해갔다.

○…이날 오찬 회동 무산의 주 요인으로 지목된 한나라당의 3개항 확답 요구는 오후 협상 내내 쟁점으로 남아 국민회의측을 괴롭혔다.

하지만 국민회의도 오전까지만 해도 다소 양보하는 듯했던 경제청문회 개최 시기 확정을 집요하게 주장하며 한나라당의 요구를 봉쇄했다.

다시 얼어붙는가 했던 협상은 朴총무가 "표적사정 중지 부분만 총재회담 발표문에 포함된다면 3개항 중 다른 요구조건은 철회할 수 있다" 는 뜻을 비치면서 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청문회 부분은 좀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韓총무가 "청문회실시를 보장하기 위해 개최일을 못박자" 고 했으나 朴총무는 난색을 표명. 이에 韓총무는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 후 5일 이내에 청문회를 착수한다는 조항이라도 마련하자" 며 절충안을 냈으나, 朴총무는 "예산안 처리는 협조하겠으나 날짜를 못박는 것은 곤란하다" 고 버텼다.

이에 국민회의측은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을 통해 "한나라당이 청문회를 실시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총재회담을 위해 청문회를 희생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고 발표하며 강경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양당은 정균환 (국민회의) - 신경식 (한나라당) 총장간 회담을 갖고 서로가 요구하는 표적사정 중지 표명과 경제청문회 개최 확정간의 마지막 절충을 계속했다.

○…예정된 오찬회담을 2~3시간 앞두고 여야가 벌인 오전 협상도 진풍경이었다.

한화갑 총무와 박희태 총무는 서로 회의에 들어가있는 상대방을 전화로 불러내 조율을 거듭. 한때 "예산안 처리 후 청문회를 열되 날짜를 못박지 말자" 는 韓총무의 파격적 제안으로 회담의 걸림돌이 제거되는 듯했다.

그러나 朴총무가 오히려 李총재의 지시라며 세가지 추가 요구사안에 대한 金대통령의 분명한 답변을 요구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급반전. 국민회의 쪽은 "이렇게 원칙없는 협상은 있을 수 없다" 며 결렬 쪽으로 기울었다.

○…9일 아침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은 각각 확대간부회의와 주요당직자회의를 열어 총재회담 문제를 논의. 하지만 안상수 (安商守) 한나라당 대변인이 일부 기자들에게 "예산처리후에는 사실상 청문회 하기 힘든 것 아니냐" 는 얘기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벼랑끝 전술" (김원길 정책위의장) , "내부 조율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같다" (정균환 사무총장) 등의 성토속에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은 "왜 그런 발표로 총재회담 협상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며 불쾌감을 비쳤다.

韓총무는 회의장에서 즉시 朴총무를 전화로 접촉, "청문회는 12월3일 시작하자" 고 수정안을 냈다.

한나라당 반응이 시큰둥하자 韓총무는 "예산안 처리 후 청문회를 열되 날짜를 못박지 말자" 는 재수정안을 제시했다.

이상렬.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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