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유통질서 좀먹는 책가격 할인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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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독일에서는 책에 대한 할인판매가 금지되고 도서정가제도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

지식 원천인 책의 유통체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다.

최근 국내 대형백화점과 할인점 등에서는 책값을 대폭 할인해주고 있다.

서울 갤러리아 잠실점을 비롯 뉴코아백화점 서울.평촌.성남점, 서울양평동 프라이스클럽 등에서 신간과 베스트셀러.아동류들을 10%에서 최고 30%까지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물론 소비자들은 책을 싸게 구입할 수 있어 좋다고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유통구조를 어지럽혀 출판의 앞날을 어둡게 할 뿐이다.

물론 그 마지막 여파는 독자들에게로 돌아온다.

이같은 도서할인판매의 원인은 가뜩이나 어려운 출판사들이나 서적도매상들이 현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개 어음거래가 상례인 출판계 거래관례에 비해 할인점들은 현금으로 대금을 치른다.

현금 때문에 싼값이라도 책을 넘기는 것. 물론 도서정가제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우선 동네서점들이 고객을 빼앗겨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다.

또 출판사들은 할인될 것을 고려, 책값을 미리 높게 책정하는 폐단을 낳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팔리는 책만 판매하는 할인점들의 기호에 맞추다보니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적은 학술.인문서적 등은 출판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다.

혼탁해진 지식산업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바른 독서문화의 진작을 위해 출판계의 자성이 요구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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