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관객감소로 극단들이 부쩍 추위를 타는 와중에도 몇몇 흥행작이 연장공연에 들어가면서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평론가출신 신예작가 김명화의 희곡을 오태석 연출로 무대화한 '새들은 횡단보로로 건너지 않는다' (성좌 소극장) 는 본래 지난달 중순 막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막판 매진행렬이 계속돼 12월6일까지 연장공연을 결정했다.
90년대 학번과 80년대 학번의 대비가 다소 도식적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출연자가 24명이나 돼 소극장규모에서는 보기 힘든 꽉 찬 무대의 재미가 이같은 인기의 비결로 보인다.
20대 장진의 각색.연출로 연극인들의 현실을 마당극 형태의 극중극 '햄릿' 에 녹여 극적 재미를 높인 '매직타임' (바탕골) 도 5일부터 연장공연에 들어갔다.
초연 멤버중 배우 정규수가 개인사정으로 빠진 대신, 영화 '여고괴담' 에서 '미친개' 역할을 했던 박용수가 가세했다.
자칭 서민극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 (김태수 작.김영수 연출) 도 서울국제연극제 공식참가 공연의 여세를 몰아 인간소극장에서 6일부터 재공연을 시작했다.
이 작품으로 이번 연극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국립극단원 서희승을 비롯, 김상중, 최준용, 김진만, 전현아 등 출연진들이 지난 봄 초연 때부터 호흡을 맞춰 온 것이 이 무대의 강점. 홍대앞 소극장 '마녀' 에서 대학로 오늘 소극장으로 자리를 옮긴 여성문화예술기획도 이주실.방은진이 모녀로 출연해 여성관객들의 발길을 끌었던 '마요네즈' (전혜성 작.문성희 연출) 를 이전 첫 공연으로 준비했다.
변화라면 딸 역할이 김진희로 바뀐 것. 10일 첫공연. '마녀' 가 있던 홍대앞 창무포스트극장에 둥지를 마련한 극단 모시는 사람들도 7일부터 시작된 첫 공연작으로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는 '피카소 돈년 두보' (선욱현 작.연출) 를 마련했다.
역시 작년 여름 문예회관공연에서 5.18의 상처를 퍼포먼스처럼 풀어내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본래 장기공연이 특기인 극단 학전 역시 관객이 솔솔 드는 뮤지컬 '의형제' (김민기 각색.연출) 를 내년 봄까지 공연할 작정이다.
이같은 연장공연.재공연의 관객몰이는 신작을 기다리는 마음에는 흡족치 못할 망정, 소극장들이 불황을 견디는 불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후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