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럼-10만원권 필요한가]박정훈 국민회의 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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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0만원 짜리 고액권 발행 주장이 전에 없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인 필요성에 더해 고액권발행에 따른 인플레 우려가 크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반대의견이 수그러든 것도 아니다.

아직도 음성.불법거래가 성행하는 경제적 현실을 감안, 고액권 발행전에 자금세탁방지법 같은 제도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년간 계속되는 팽팽한 양측의 주장, 이제는 무언가 결판을 내야할 것 같다.

경제규모의 확대와 소득증대, 수표발행 및 교환에 따른 불편과 낭비 등을 감안할때 5만원권 또는 10만원권의 발행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우선 10만원 수표의 사용에 따른 비용과 불편을 살펴 보면, 첫째, 10만원권 수표발행으로 인한 국민경제 손실이 적어도 연간 8천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97년의 경우 한장 발행비용이 27원 드는 10만원권 수표가 12억 1천4백만장이 발행되었다.

발행비용만 3백27억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게다가 수표취급과 관련한 인건비가 수표 한장에 약 8백50원이므로, 연간 약 9억1천7백만장의 수표교환 유통비용이 7천8백억원이 들어간 셈이다.

이 밖에 추심료.발행수수료.보관비 등을 감안하면 수표의 발행과 유통.관리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드는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또 소득수준에 비추어 볼때도 화폐의 최고액면이 지나치게 낮다.

지금 통용되는 1만원권은 1인당 국민소득이 5백달러이던 1973년에 처음 발행된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바라보는 지금은 이미 고액권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10만원권 수표가 보편적인 결제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해 각국의 최고액권은 독일이 1천마르크 (원화 87만원 상당) , 미국 1백달러 (13만원) , 일본 1만엔 (11만원) 등이다.

세째, 수표 사용에 따른 일반국민의 불편도 적지 않다.

수표를 주고 받을때 일일이 배서를 해야하고, 교환.추신.송금 등에 막대한 시간이 소모될 뿐 아니라, 어떤 점포는 아예 수표받기를 거부하는 등 많은 불편이 따른다.

네째, 개인정보의 누출도 심각한 문제다.

수표의 배서에는 통상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는데, 이는 불필요한 개인정보의 누출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고액권 발행으로 인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인플레 기대심리를 자극한다거나, 불건전한 음성거래를 조장하거나, 또는 수사기관의 자금추적이 어려워지는 등의 단점이 자주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전반적으로 자산디프레 현상을 보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고액권 발행의 적기일 뿐 아니라, 부패방지법을 제정하여 불건전한 거래를 차단한다면 고액권 발행으로 인한 부작용은 대부분 해소되리라고 본다.

박정훈 국민회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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