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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다급해진 O-157균 대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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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장 (臟) 출혈성 병원성 대장균인 O - 157균 감염환자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복통과 구토.발열 등 증세로 사흘간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던 金모 (7.서울성북구) 군의 가검물에서 O - 157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더 이상 우리나라가 O - 157균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적신호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O - 157균이 발견된 것은 여러차례다.

96년 서울마장동 도축장 부근에서 수거한 쇠간에서 처음 검출된 이후 지난해 9월에는 미국 네브래스카산 수입 쇠고기에서, 올 6월에는 광주 어느 대학 구내매점의 햄버거에서 잇따라 발견돼 그때마다 우리를 놀라게 했었다.

때문에 학계에서는 O - 157균 감염환자 발생을 일찍부터 예견해 왔다.

음식에서 균이 검출된데다 왕래가 잦은 일본.미국에서 환자가 대량 발생해 전파가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특히 소아과 의사들은 최근 들어 O - 157균 감염 주증세인 용혈성 요독증 어린이들이 부쩍 늘어난 것에 주목하고 있던 참이다.

O - 157균이 심심찮게 발견되고 환자 발생이 임박했어도 정작 방역당국은 속수무책이었다는 게 문제다.

우선 균이 여러번 발견됐지만 원인식품이나 감염경로를 제대로 밝혀낸 적이 없다.

또 늑장행정으로 균이 검출된 쇠고기나 햄버거 등 제품의 리콜도 하지 못했다.

이번에 환자로 드러난 金군의 경우도 뒤늦게 중앙역학조사반을 투입하는 등 감염경로 추적에 나섰지만 1차 확인후 벌써 보름이 지났으니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O - 157균 피해가 아직 크지 않다고 해서 방심하고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안된다.

그동안에는 환자가 아닌 균 발견에 그쳤지만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으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일본에서 96년과 97년 1만2백여명의 환자가 발생해 13명이 사망했고 미국에서는 매년 2만여명 발병에 2백여명이 사망하고 있으니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일본은 96년부터 O - 157균 감염을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처럼 철저히 관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O - 157균은 세균성 이질보다 전염성이 훨씬 강해 집단발생 가능성이 높은데다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로 고추장.김치 등을 멀리하는 경우가 많아 이 균에 대한 어린이들의 저항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보건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O - 157균 방역대책을 세워야 한다.

환자 발생 보고.신고 체계를 강화하고 가검물 확보를 제도화해야 한다.

접객업소.집단급식소의 철저한 관리는 필수적이다.

아울러 O - 157균 감염은 개인위생 문제도 중요한 요소이므로 대민 (對民) 교육.홍보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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