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웍스-디즈니 비슷한 소재 작품 관객끌기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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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금 영화계에서 국내외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드림웍스 대 디즈니' 의 자존심 대결이다.

얼핏보면 94년에 창립된 드림웍스는 '미녀와 야수' '라이언 킹' 등의 만화영화로 이미 세계의 수많은 어린이들과 부모들을 사로잡은 디즈니의 대적상대는 못될 성 싶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

비록 뒤늦은 출발이지만 드림웍스의 공격이 워낙 드세기 때문이다.

두 스튜디오는 올해 '딥임팩트' (드림웍스) 와 '아마겟돈' (디즈니) 이라는 영화를 통해 이미 한차례의 싸움을 치렀다.

두 영화 모두 혜성과 지구와의 충돌을 소재로 한 것으로 영화계에선 먼저 개봉된 '딥 임팩트' 가 '아마겟돈' 의 김을 빼버렸다는 지적이었다.

소재가 같은 건 우연의 일치였을까. '개미' 와 '벅스라이프' 도 역시 같은 상황. 두영화의 공통점은 작은 벌레들을 소재로 한 컴퓨터 만화영화라는데 있다.

벌써부터 극장가에선 '벅스라이프' 보다 뒤늦게 기획됐지만 먼저 개봉되는 '개미' 가 관객을 선점하지 않겠냐는 예측이 나왔다.

이미 드림웍스에 직원을 1백명 이상 빼앗긴 디즈니가 '아이디어 도용' 이라며 드림웍스를 맹렬히 비난한 것은 물론이다.

문제의 발단은 드림웍스 창립자 3인방중의 하나인 제프리 카젠버그가 디즈니 출신이라는데 있다.

카젠버그는 '만화영화의 왕국' 이라는 칭호가 무색하게 한때 침체에 빠져들고 있던 디즈니 만화영화의 부활을 이룩한 주인공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는 지금 자신의 고향인 디즈니를 향해 맹렬한 공격을 퍼붓게 된 것이다.

카젠버그는 "만화영화에 대한 모든 것은 디즈니에서 배웠다" 면서도 "하지만 디즈니에선 더이상 야망을 펼칠 수 없었다" "디즈니는 동화만을 만화영화의 소재로 여긴다. 우린 다른 것을 보여주겠다" 는 말로 디즈니를 폄하하는 발언을 공공연히 해왔다.

불씨는 아직 남았다.

드림웍스의 '이집트의 왕자' .올 12월 세계 35개국에서 동시개봉될 이 영화는 드림웍스의 모든 자존심이 걸려있다.

카젠버그는 이 영화가 디즈니의 '뮬란' 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 매우 발끈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다.

그가 프로듀서와 감독, 발 킬머 ( '모세' 목소리 연기) 등 스태프를 이끌고 7주의 월드투어에 나선 것 (지난 2일 한국방문) 은 이런 맥락위에 있다.

디즈니는 이 상황을 '경쟁국면' 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도 몹시 불쾌해하는 눈치다.

디즈니측은 "우리 계획엔 전혀 차질이 없다.

이미 3년전에 계획된 대로 개봉 일정이 추진되고 있을 뿐"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벅스라이프' (12월12일 개봉) 와 '이집트왕자' (12월18일 개봉) 는 개봉 1주일 차이로 맞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하튼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관객의 손에 달렸다.

"유권자는 여러분" 이라는 카젠버그의 말처럼 말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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