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모저모]생활체육협 관변단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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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회는 4일 서울지방경찰청.병무청.보험감독원 등 12개 기관에 대한 감사를 벌였지만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총풍.세풍사건 철저조사' 발언에 반발한 한나라당의 갑작스런 의원총회 소집으로 감사가 일시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일부 상임위는 의총 참석전 질의를 마치려는 한나라당 의원들 때문에 점심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질의가 계속됐으며, 특히 야당의원이 위원장인 일부 상임위는 오후 3시, 4시에야 감사가 속개되기도 했다.

대한체육회 등 6개 기관에 대한 감사를 벌인 문화관광위는 이협 (李協) 위원장이 뒷순서로 잡혀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의를 모두 오전에 할 수 있도록 '배려' , 큰 마찰 없이 진행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감사를 벌인 행정자치위는 아예 경찰청의 현황보고.자료요구 등을 생략한 채 곧바로 질의에 들어가 오전에 20여명 의원의 질의를 완료하는 '민완성' 을 보이기도 했다.

◇ 보험감독원 = 보감원 직원들이 보험사로부터 중고차를 헐값에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자동차 변칙상납 공방' 이 일었다.

이석현 (李錫玄.국민회의) 의원은 "보감원의 국장.부국장 등 7명이 대한생명.LG화재 등 보험사로부터 중고차를 사면서, 5년이 안된 업무용 차를 시세의 절반값에 매입했다" 며 차량번호.취득금액 등이 적힌 자료를 제시했다.

李의원은 "입찰형식을 취한 경우에도 보험사가 내놓은 차의 내정가격을 정확히 알고 그대로 써내는 등 정상적 거래로 볼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면서 "보험사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감독원 직원들이 보험사로부터 승용차를 구입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상납 아니냐" 고 추궁했다.

◇ 서울경찰청 = 행정자치위의 서울경찰청 국감에서는 지난 9월 29일 발생한 '서울역집회 방해사건' 과 경찰의 감청문제 등이 주로 다뤄졌다.

한나라당 이해봉 (李海鳳) 의원은 "서울역 집회 방해사건은 민주주의의 파괴행위인 제2의 용팔이 사건" 이라고 주장했다.

李의원은 "수백명의 폭도들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은 채 집회를 방해하고 유린한 행위는 경찰의 방조와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며 "소극적 제지 내지 방관으로 직무를 유기한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은 물러날 용의가 없느냐" 고 추궁했다.

감청문제도 다시 논란이 돼 하순봉 (河舜鳳) 의원은 "서울경찰청의 경우 지난 96, 97년엔 단 한건도 없던 긴급감청이 올 9월까지 무려 64건이나 이뤄졌고 96, 97년에 각각 24건.1백28건이던 일반감청이 올들어 1백88건으로 늘어난 이유가 뭐냐" 고 몰아붙였다.

◇ 대한체육회.국민체육진흥공단 = 야당 의원들은 체육현안들을 미룬 채 엄삼탁 (嚴三鐸)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생체협) 회장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회장은 국민회의 부총재, 사무총장은 자민련 전국구 후

보인데서 드러나듯 생체협의 주요 직책에 여권 인사가 낙하산식으로 임명돼 조직이 관변단체화하고 있다" 고 지적하고 이들의 당적포기 등 주변정리를 강력히 요구했다.

한나라당 박성범 (朴成範) 의원은 "생체협 사무실 출입구에 '국민의 정부에는 생체협이 아니라 국체협 입니다' 라는 문구가 있다" 면서 "국체협은 '국민회의생활체육협의회' 란 뜻이냐" 고 물었다.

이에 대해 생체협측은 "생체협이 생체실험하는 곳이란 인상을 줄 우려가 있어 약자를 국체협으로 고치기로 했다" 고 해명했다.

허진석.이정민.서승욱.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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