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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오송에 5조 투입 ‘의료허브’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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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범일 대구시장(左), 김관용 경북도지사(右) 등 대구·경북 지역 인사들이 10일 대구시청 대회의실에서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환호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2005년 이후 4년여간 마라톤을 해 왔던 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의료단지) 선정이 마무리됐다. 사업이 본격화돼 2012년까지 단지를 조성하고 본격적인 연구개발(R&D)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두 곳을 선정함으로써 집중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어떻게 평가했나=의료단지로 선정된 대구 신서와 충북 오송은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클러스터나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처럼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연구개발을 목표로 잡았다. 의약품이나 임상시험 등 흩어진 연구 분야를 한데 모아 10년 내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첨단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달 말까지 설계 용역결과가 나오면 다음 달 기본설계에 들어간다. 내년 상반기까지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세부시설 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다.

정부는 11월 첨단의료복합단지위원회(이하 위원회) 회의를 열어 두 지역이 어떤 분야를 맡을지, 예산이나 지자체 분담 규모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두 곳이 선정됨으로써 예산이 늘어나게 됐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10일 브리핑에서 “당초 향후 30년간 1개 단지에 5조6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두 곳으로 늘어 예산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수 의료기관 존재 여부 ▶교통 접근성 ▶부지 확보 용이성 등 10가지 분야를 평가했다. 의료기관 집적도나 국토균형발전, 연구인력 확보 등에 높은 가중치를 뒀다. 대구는 국내외 의료 연구 개발 기관과 연계가 잘돼 있고 이들 기관과 공동연구 여건이 좋은 점이 후한 점수를 받았다. 오송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주할 예정이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교통 여건이 좋은 점이 점수를 땄다.

정우택 충북도지사(中) 등 충북 지역 인사들이 10일 도청 소회의실에서 오송이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선정된 것을 축하하고 있다. [충청북도 제공]

◆복수 선정 논란=전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 곳을 선정한 게) 정치적인 고려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미 4일 위원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두 곳 선정에 대해 논의했다”며 “다른 나라의 사례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종합점수 1위를 차지한 대구 신서만 선정했어야 한다. 오송을 선정한 과정이 명쾌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 마곡지역 등 6곳이 공동으로 B등급을 받았다. 이 중 점수가 높은 광교·원주·오송 중에서 최종적으로 오송이 낙점됐다. 정부는 세부 점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전 장관은 “정량평가(점수)만으로 받아들일(선정한다는 의미) 수도 있지만 위원회는 지역 균형 발전 등을 감안했다”며 "오송은 2008년에 생명과학단지 조성이 완료됐고 대기업들이 들어오기로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10가지 평가 항목의 가중치가 10일에야 공개된 점도 반발을 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원형 연구위원은 “‘첨단’ 기술 허브를 구축하는 것이라면 기술 수준을 고려한 평가가 이뤄졌어야 한다”며 “‘우수 의료기관의 집적 정도’에 가장 높은 가중치를 둔 것 자체가 특정 지역을 배려한 것이라는 뒷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이규식 교수는 “지자체가 유치단을 구성해 관련 기관을 상대로 로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방치함으로써 후유증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평가단장을 맡은 장종환 녹십자 부사장은 “최종 평가단 구성에 출신지까지 고려할 정도로 객관성을 지켰고 평가단의 평가 결과를 놓고 위원들이 자율적으로 투표한 만큼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볼 만한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안혜리·강기헌 기자

◆첨단의료복합단지=각종 의료 분야 핵심 인프라를 국가가 구축해 민간기업·연구소 등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2038년까지 연구개발비 3조8000억원, 시설운영비 1조8000억원 등 모두 5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복합단지에는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 개발지원센터, 임상시험센터 등이 들어서게 된다.



경기도 “정치적 결정” 불만 … 대구선 “커다란 성장 동력” 환영
지자체 간 희비 엇갈려

10일 첨단의료복합단지(의료단지) 선정 결과가 발표되면서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지방자치단체 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탈락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정치적 결정”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수원 광교신도시를 내세웠던 경기도는 “국내 제약산업의 65%, 의료기기산업의 43%가 경기도에 있음에도 의료단지로 선정되지 못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지역정서와 정치적 입장이 고려된 면이 없지 않다”며 “후보지 선정 기준에 ‘국가균형발전’ 항목을 포함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송도국제도시를 앞세웠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도 “당혹스럽다”며 “이번 선정 작업은 균형 발전 논리를 지나치게 고려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대전시는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 박성효 대전시장 등 대전시 관계자와 지역인사 100여 명은 결과 발표 직후 시청상황실에 “의료단지 정치적 결정, 150만 대전시민은 분노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전병배 대전시의회 의료단지 특별위원장은 “정말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가 이뤄졌는지는 좀 더 차분한 마음으로 생각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강서구 마곡지구에 의료단지를 유치하려던 서울시는 “철저한 계획하에 준비해 왔는데 (탈락해) 아쉽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탁월한 입지와 풍부한 의료 인프라 등을 활용해 마곡지구를 BT(생명공학) 전략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남 양산시 상북면 석계리 일대를 후보지로 내세워 유치활동을 벌인 경남도와 부산시, 울산시 3개 시·도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태호 경남지사는 “당초 우려했던 입지 여건, 의료·의약 분야 산업집적도 등 몇 가지 한계를 충분히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은 있지만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는 “대구시의 입지 선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이는 광주시가 대구시와 맺은 업무협력 협약 때문이다. 이 협약에는 두 지자체 중 한 곳에 의료단지가 조성될 경우 단지 내 의료 연구개발의 활성화, 연구시설과 생산장비의 공동 활용에 서로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치에 성공한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50만 시·도민과 함께 기뻐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14개 시·도가 치열하게 경합한 끝에 유치에 성공한 것은 대구·경북의 저력을 보여준 쾌거인 동시에 지역 발전에 커다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충북지사도 “대구 신서지역과 상호 협력하면서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첨복단지의 핵심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유치 성공 소감을 밝혔다.



신서  접근성, 민자 유치 환경 뛰어나
오송  국내 유일 바이오 전문 산업단지

◆신서=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공기업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만들어지는 혁신도시다. 대구 도심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이고, 경부고속철도(KTX) 동대구역과 10㎞, 대구공항과는 9㎞ 거리에 있다. 인근에는 대구지하철 1호선이 통과한다. 대구의 동쪽 관문인 동대구나들목과 인접해 이를 이용하면 주요 고속도로망과 연결돼 전국 주요 거점 지역에 접근할 수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신약, 첨단 의료기기 개발 등과 관련된 국내외 민간자본 유치 환경도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의 11개 사업지구 가운데 하나로 영리 의료법인의 설립과 외국인 의사·약사의 활동이 보장된다. 외국인 근로자 과세 특례도 적용된다. 교육·정주 여건도 경쟁력이 있다. 우수 대학 진학률 등에서 전국 최상위권인 수성구가 인접해 있다.

◆오송=충북 오송의 생명과학단지는 국내 유일의 바이오 전문 국가산업단지다. 오송생명과학단지는 충북 청원군 강외면 오송·연제리 일대에 서울 여의도 면적의 절반(463만3609㎡) 크기로 조성됐다. 1997년 정부가 보건의료와 생명과학기술 분야를 국가전략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추진, 지난해 10월 조성이 끝났다. 이 단지에서는 보건복지 인력 양성은 물론 제품 안정성 입증, 제품 인허가, 연구개발, 생산을 한다.

단지에는 ▶국립보건연구원 ▶식품의약품안전청 ▶질병관리본부 ▶국립 독성과학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 국책기관 6개가 내년 말 입주할 예정이다. 고려대 의생명공학연구원·BT 대학원·배아수정관리기관·국립노화종합연구소·고위험 병원체연구지원센터·충북바이오연구타운 등도 입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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