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보 공개수위 놓고 외국자문기관-은행.업체 마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기업구조조정의 자문에 응할 외국 자문기관들이 기업정보의 공개수위 (水位) 를 놓고 은행.기업들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기업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소재과 관련해 외국 자문기관들이 포괄적인 면책을 요구한 반면 은행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상업.한일.외환.제일 등 5개 시중은행은 이번주중 구조조정 담당 실무회의를 열고 외국 자문기관에 넘겨줄 기업정보의 범위와 정보유출에 대한 책임분담기준을 마련,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시키로 했다.

이에 앞서 ING베어링스 등 일부 외국 자문기관들은 본격활동에 앞서 각 은행에 자문대상 기업의 경영정보를 요구하면서 기업들이 공개를 꺼리는 민감한 사항을 포함시켜 은행.기업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샀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금감위에 "기업의 기밀사항까지 외국 자문기관에 넘겨주기 어려운데다 정보유출에 대한 자문단측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는 입장을 전달하고 금감위와 외국 자문단이 체결할 자문용역계약에 이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해결기준을 명문화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가장 민감한 쟁점이 되고 있는 정보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중공업제품의 제작원가 ▶제조업체의 경우 주력상품의 원자재 조달원가 ▶과거의 해외입찰 참여내역 ▶해외법인의 현지금융차입 규모 및 조건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감위는 지난주말 세계은행측과 협의를 갖고 자문에 필요한 기업정보는 최대한 공개하되 정보의 외부유출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한다는 원칙에는 대개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자문단은 정보유출을 포함한 일체의 자문책임을 질 수 없다는 포괄적인 면책조항을 계속 요구하고 은행들이 이를 거부하는 바람에 자문용역계약 체결이 늦어지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컨대 국내 기업의 제조원가가 외국 경쟁사에 알려져 피해를 볼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해 외국 자문기관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5개 은행은 금감위에 대해 자문결과에 대해서는 중과실이나 고의가 아닌 이상 책임을 지우지 않지만 경영정보의 유출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는 엄격한 책임을 지우는 선별면책조항을 제시할 계획이다.

한편 5개 은행별 자문기관은 ING베어링스 (외환).리먼브러더스 (제일).슈뢰더 (한일).딜로이트 터치 토머스 (상업).로스차일드 (조흥) 등이다.

남윤호.김소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