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북경협 차분하게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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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는 현대그룹이 북한측과 이번에 합의한 사업중 금강산 관광 및 개발과 자동차용 라디오공장 설립 등 두가지를 우선 검토해 승인할 예정이다.

정부는 북한의 석유문제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발전소 건설 등은 아직 협의도 안된 상태로 파악하는 등 북한측과의 경협이 차분하게 이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정주영 (鄭周永) 현대명예회장 등 방북단으로부터 방북결과를 보고받고 " (현대의) 방북결과가 지나치게 과장보도 돼서는 안되며 남북관계는 하나하나씩 쌓아 올라가는 것이 가장 좋다" 고 강조했다.

한편 강인덕 (康仁德) 통일부장관은 북한이 한국과의 경협에서 벌어들인 돈을 군비에 사용하는 여부에 대해선 간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주목된다.

◇ 현대 방북단 청와대 보고 = 金대통령은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鄭夢憲) 회장, 이익치 (李益治) 증권사장 등 현대그룹 방북단을 면담, 북한의 원유생산 가능성 등을 타진고 "과거 기업들이 대북경협을 요란하게 발표했지만 큰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국민감정도 있다" 면서 과장보도등을 경계했다고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대변인이 전했다.

金대통령은 이어 "현대가 추진중인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짐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면서 "남북경협은 쌍방에 이익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좋은 일이며 착실히 금강산사업을 성공시키라" 고 격려했다.

또 " (현대의 대북 경협사업중)가장 크게 기대하는 중요한 사업은 금강산 개발은 물론 북한에 공단을 조성하는 것" 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朴대변인은 북한 김정일 (金正日) 총비서의 메시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어떤 메시지도, 정부에 대한 북한측의 요구사항도 없었으며 金대통령이 묻지도 않았다" 고 답변했다.

◇ 정부입장 = 康통일부장관은 "현대의 사업계획이 모두 이뤄진다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며 "실현가능성이 큰 금강산 관광.개발과 자동차용 라디오공장 설립에 대해 우선적으로 검토해 사업을 승인할 것" 이라고 밝혔다.

康장관은 이어 "북한이 현대와의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우리가 여기 써라 저기 써라 논할 수는 없다" 는 말로 대북투자 자금의 군비전용에 정부가 간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 정부 들어 정부 고위당국자가 북한의 군비전용 문제와 관련, 이같이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앞으로 남북경협사업과정에서 정부의 태도변화가 주목된다.

이연홍.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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