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LG패인은 투수진 운용 미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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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던 지난 28일의 잠실 5차전. 8회초 현대가 5 - 6으로 따라붙자 LG 불펜에는 6차전 선발투수로 내정된 손혁이 나타났고 현대 불펜에서는 1, 4차전 승리의 주역 정민태가 몸을 풀기 시작했다.

손은 8회말부터 실전피칭을 시작했고 러닝을 하던 정은 박종호가 병살타로 물러나는 순간 더그아웃으로 사라졌다.

경기가 끝난 뒤 김재박 감독은 "정민태가 불펜에 나간 것은 LG를 교란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라고 밝혔다.

그러나 손혁의 경우는 달랐다.

손혁은 이날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지만 천보성 감독은 주자가 2루까지만 진루했더라도 등판시킬 계획이었다.

월드시리즈 사상 가장 짜릿했던 승부로 불리는 지난 88년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당시 LA 다저스의 토미 라소다 감독은 1 - 2로 뒤지던 9회말 2사까지 무릎이 다친 커크 깁슨을 대타로 기용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데이비스가 볼넷을 고른 뒤 깁슨을 기용해 그림 같은 역전 끝내기 2점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라소다 감독은 "왜 데이비스 타석에서 깁슨을 기용하지 않았느냐" 는 질문에 "그때 깁슨이 홈런을 때려 봐야 동점밖에 안된다.

우리는 비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기기 위해서 경기한다" 고 대답했다.

사실 5차전에서 실전대기를 했던 손혁의 구위는 6차전에서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LG벤치가 한국시리즈 전체를 내다보고 투수진을 운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천 =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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