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김정일은 가진 게 싸우는 것뿐. 무시해야 무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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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86)는 지난해부터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무력시위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데 대해 “상대하지 말고 경이원지(敬而遠之ㆍ존중하는 체하면서 멀리함)하면서 정치적, 사상적, 경제적으로 고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황 전 비서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김정일은 오로지 핵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해서 상대방이 싸움을 걸도록 하는 것이 독재자로서의 권위를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김정일은 가진 게 싸우는 것밖에 없다. 외부의 적과 싸워야 식량과 무기ㆍ사람을 얻는다. 김정일은 무시해야 고통을 줄 수 있다. 싸우지 못하게 해야 현 (수령 절대주의) 체제 유지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또 황 전 비서는 “우선 북한을 사상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비정부기구(NGO)와 1만6000여 명에 이르는 탈북자가 나서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와 주민들이 굶어 죽는 현실을 국제사회에 폭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을 이기려면 적의 정신부터 공격해야 한다. NGO가 나서면 비용이 절약되고 효과적이며 도덕적”이라며“탈북자들을 뽑아 양성해 미국이나 일본ㆍ유럽 등 국제사회로 보내 (북한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과 일본 등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해서 그것이 중국 정부에 전해지도록 해야 한다”며 “국제사회는 김정일 정권의 명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정부를 ‘왜 그런 나쁜 정부(북한)와 동맹을 맺고 있느냐’며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국이 중국에 북한 급변사태의 대비책을 논의하자고 한 것은 중국을 무시하는 것으로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중국에 이득을 주고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비서는 “한ㆍ미ㆍ일이 함께 김정일 정권이 국경을 넘어 폭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질서를 세우면 주민의 절대다수가 북한 정권의 폭력을 피해 두만강과 압록강뿐 아니라 휴전선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는 “한국에 올 때 앞으로 5년이면 북한이 무장해제되고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여기(한국)가 더 걱정이다. 여기가 흔들리면 어떻게 하는가”라며 “북한 민주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민주주의 강화다. 국민의 사상을 책임지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국민이 폭력 앞에 가만히 앉아 있고 젊은이들이 북한 편에서 미국과 싸운다고 하는 것은 사상이 마비돼 잘못된 것을 모르기 때문으로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도 했다.

황 전 비서는“왜 김정일이 국내 좌파와 (함께) 국민을 청맹과니로 만드는 데 반격하지 못하는가.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선진 국가 미국에서 먹는 쇠고기를 못 먹겠다는 것이 무슨 말이고, 촛불을 들고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국민인가.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톱질하는데도 잡아넣지 못하고 그걸 반대하는 시위도 없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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