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은 가을…태안일대 가볼만한 저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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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눈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저수지. 여기에 울긋불긋한 가을 산을 머리에 이고 짚단이 널린 들녘을 허리춤에 꿰어찼다면 '허탕' 의 아쉬움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강태공이 이상적인 가을낚시터로 손꼽는 곳이다.

여름의 변덕스러웠던 수위도 안정되는 시기가 요즈음이다.

이제 확인할 것은 대어의 은신처. '부들' 이 무성한 수초지대가 공략포인트다.

조사들은 금방이라도 대어가 튀어나올 것만 같아 찌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그동안 장마로 낚시인들의 발길이 뜸했지만 호젓함과 짜릿함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저수지로 황촌3호지 (충남태안군원북면황촌리).신두2호지 (원북면신두리, 일명 닷개지) 를 꼽을 수 있다.

황촌3호지는 여섯 골짜기가 있는 마을의 저수지라고 해서 '육골지' 로도 불린다.

만수면적은 1만2천평. 중형 저수지가 15만평선인 점을 감안하면 미니 낚시터다.

"육골지는 낚시인들의 '논산훈련소' 여. 대어는 물론 잔챙이가 많아 잦은 손맛을 볼 수 있고 청소세등 입장료가 없으니 공짜로 재워주는 훈련소나 매찬가지여. 수초지대는 구멍치기등 고난도 조법을 훈련하는데 안성마춤이고. " 틈날때마다 이곳을 찾는다는 김지환 (70) 씨의 말이다.

오전 7시. 물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면서 서둘러 채비를 챙겨든 낚시인들이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한다.

'어이쿠' 낚시를 시작한지 30분도 채 안돼 어신이 온다.

수초지대에 터를 잡은 조사가 붕어의 입질을 눈치채고 낚싯대를 들어올리자 4치 (약12㎝) 정도의 중간치가 수면위에서 꿈틀댄다.

이에 질세라 배낚시를 하는 조사도 중간치를 잇따라 뱃전으로 끌어올린다.

오전 10시까지 살림망에 채운 붕어는 10여수. 이날 출조한 여섯 사람중 한 사람을 제외하곤 각각 2~3마리를 낚았다.

"골바람이 불어 물이 차가우니 장소를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 신답낚시회 최기철 대표는 신고식치곤 괜찮은 조과라며 신두리로 옮겨 낚시를 하자고 말한다.

신두2호지는 만수면적이 8만3천여평인 아담한 낚시터. 주변에 도로가 있어 풍광이 육골지보다 쳐지지만 대어가 잘 낚이는 저수지다.

오전 10시 30분 이곳에 도착한 조사들은 청소세 명목으로 각각 2천원씩 내고 낚싯대를 드리웠다.

낚싯대를 드리운지 한시간 남짓. 수초지대의 어신이 심상치 않다.

대어가 입질을 한 탓인가.

찌가 수면 밑으로 서서히 내려간다.

잡아채보니 월척 (약 32㎝) .지렁이를 입에 문 우람한 참붕어다.

다시 부근 수초지대에 낚싯대를 드리우니 찌의 어신이 확실하다.

이번에는 준척 (약 28㎝) 이 낚였다.

가을에는 햇볕이 드는 오전 낚시가 조과를 확실하게 보장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순간이다.

오후 1시. 붕어와 사람이 손바닥만한 수초구멍에서 벌였던 대결을 마칠 시간이다.

늘 그렇듯 아쉬운 표정들이다.

"인평지 (태안읍인평리) 도 괜찮다는데 어때요. "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사람들은 일제히 합창한다.

"좋아요"

문의 = 신답낚시회 (02 - 244 - 1080) , 태안농지개량조합 (0455 - 669 - 4781) .

글.사진 = 송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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