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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내음 물길따라 걷다 보면 서해 너머로 해넘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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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호 12면

명품 공원을 내세운 송도센트럴파크가 4일 개장했다. 갯벌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인공수로에는 바닷물을 끌어들였다. 5일 인근에 건축 중인 포스코 주상복합건물 34층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최정동 기자

7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송도센트럴파크. 고층빌딩들이 키 재기를 벌이는 도심 속의 이 공원에 들어서면 바닷물이 흐르는 수로가 먼저 눈길을 끈다. 바닥이 비칠 만큼 맑은 물이 흐르지만 바람을 타고 짭짤한 갯내음이 느껴진다. 수로를 따라 달리는 수상택시를 타고 손을 흔들며 환호하는 시민들의 표정이 환하다.

인천의 친환경 명물, 송도센트럴파크

산책길 주변으로는 해송·곰솔·모감주나무로 이뤄진 숲과 한국식 정자·돌담길·초지원과 같은 휴식공간이 이어진다. 가족과 함께 나온 김연희(45·여·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씨는 “서해로 이어지는 산책길이 너무 좋다”며 “송도의 자랑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고 말했다.‘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를 만나고 아름다운 서해의 낙조를 볼 수 있는 곳. 바닷물이 흐르는 수로에는 수상택시가 달리고 물 위를 떠다니는 무빙 스테이지에서는 재즈 공연이 흥겨운 곳’.

4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문을 연 송도센트럴파크의 모습이다. 공원은 송도 국제비즈니스타운의 중심에 있다. 공원 주변으로는 65층짜리 동북아트레이드타워를 비롯한 마천루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송도컨벤시아·송도국제학교·국제병원·투모로우시티·특급호텔 등 국제비즈니스타운의 핵심 시설도 공원에서 멀지 않다. 잭니클라우스 골프장도 공원 근처에 있다.

‘정명훈 아트센터’ 공사도 한창
서해와 만나는 공원 서쪽 끝자락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아트센터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정명훈 아트센터’라고 불리는 복합예술단지다. 송도센트럴파크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명품 공원’을 표방해 왔다. 외국기업과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생활여건부터 세계 일류 수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학교·국제병원·아트센터·골프장·컨벤션센터 등도 기본적으로 송도 국제비즈니스타운의 성가를 높이기 위한 시설들이다.

공원의 넓이는 40만㎡다. 일산 호수공원(31만㎡)이나 서울숲공원(35만㎡)보다 크다. 땅값을 제외한 공사비만 2000억원이 들어가 3.3㎡당 공사비가 여의도공원이나 서울숲공원의 3∼7배에 달했다.송도비즈니스타운의 개발시행사인 게일사의 스텐 게일 회장은 “송도에 뉴욕 센트럴파크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공원을 선보이겠다는 목표 아래 돌 하나 나무 한 그루까지 최고를 지향했다”고 말했다.

이 공원의 양대 컨셉트는 ‘한국적 조경미’와 ‘친환경’이다. 현대 도시생활에 지친 뉴요커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뉴욕 센트럴파크를 모티브로 삼되 21세기의 화두인 ‘지역적 고유성’과 ‘생태’를 가미한 것.전체적으로는 한국의 지형을 본떠 구릉과 평지들을 동고서저(東高西低)식으로 배치했다. 리아스식 해안선의 인공수로도 강이 많은 한국적 지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돌담길과 초지원·정자·마당 외에 수로에 쓰인 돌 표면에도 송판 거푸집 무늬를 넣었다.

곰솔·해송·모감주·매자나무 등 130종 140여 만 그루의 나무와 초화들도 토종이 대부분이다. 나무는 바다를 매립한 송도 땅의 소금기를 감안해 염분 차단 층 공사를 먼저 하고 심어졌다.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의 채영태 부장은 “소금기에 강한 해송이나 모감주나무 등도 강화도나 충남 태안 등의 해안가에 먼저 심어 적응력을 키운 뒤 옮겨 심었다”고 말했다.

바닷물이 흐르는 인공수로는 송도센트럴파크의 가장 큰 자랑이다. 1.8㎞ 길이의 해수 수로가 공원을 관통해 흘러 서해로 합쳐진다. 깊이 1.5m, 폭 16∼110m인 수로에는 총 8만550t의 바닷물이 담겼다가 서해로 흐르도록 설계돼 있다. 지난달 말 처음으로 물을 채우는 데 만 2주일이 걸렸다. 매일 1만1300여t의 새 바닷물이 들어오고 그만큼이 바다로 흘러간다.

이 바닷물은 공원에서 4.8㎞ 떨어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서쪽 해안에서 취수된다. 갯벌의 개흙이 섞이지 않은 맑은 바닷물이 흐르도록 하기 위해 취수장을 가급적 먼바다 쪽에 마련한 것이다. 취수장에서는 서해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밀물 때 물탱크를 가득 채운 뒤 정화해 흘려보낸다. 미생물의 알과 유충 등을 제거하기 위한 정화 과정도 화학약품을 쓰지 않고 고성능 필터와 자외선 처리 방식이다.

바닷물 수로도 인근 바다의 생태계를 고려해 설계됐다. 이만한 양의 민물이 지속적으로 바다에 유입되면 조개와 같은 갯벌 생물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해수 수로 외 ‘레인 스테이션’도 송도센트럴파크의 친환경 인프라다. 공원 주변의 홍수 피해를 막고 하천과 해양 환경의 오염을 막기 위해 빗물을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공원 곳곳에 마련된 7개의 레인 스테이션에는 총 5200t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다. 이 빗물로 공원의 나무들을 키우고 청소 용수로 쓰게 된다.

270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은 공원 내 구릉지대의 지하에 건설해 자동차 매연으로부터 격리시켰다. 차량 출입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숲으로 뒤덮어 콘크리트 구조물을 전혀 볼 수 없게 했다. 주민들이 자동차를 타지 않고 공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주변 오피스·주거 지역과는 자전거 도로망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오피스-주거지, 자전거 도로망 연결도
해수 수로에는 모두 12∼25인승의 수상택시·버스 3척이 운행된다. 이 배들은 관광용 외에 송도 국제비즈니스타운의 보조적 교통수단 역할도 하게 된다. 4일 오후에 열린 센트럴파크 준공식 때도 안상수 인천시장 등 주요 참석 인사들이 컨벤시아 선착장에서 수상택시 ‘미추홀 1호’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해 시민들로부터 환호받기도 했다.
수로 전체를 왕복하는 데 25분 정도가 걸린다. 선착장은 송도컨벤시아와 공공청사단지·아트센터 등 3곳에 마련됐다.

미추홀 1호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미국환경보호국(EPA)의 기준에 따라 울산의 현대요트가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한 본격 ‘리버 크루즈’다. 해상 디젤엔진을 장착했으나 태양광발전 및 간접냉각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해수오염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선체 2개를 결합한 쌍동선(雙胴船) 방식이어서 강한 파도에도 복원력이 좋다. 25인승의 미추홀 3호는 내년 초에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최초의 무빙 스테이지도 이 수로의 명물이다. 첨단 조명·음향 시스템을 갖추고 20여 명이 공연할 수 있는 크기의 이 수상 무대는 물 위를 떠다니며 공원을 찾은 시민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센트럴파크의 문화예술 혜택은 수상택시의 종점인 정명훈 아트센터에서 절정에 이르게 된다.

지난해 9월 착공돼 2012년 완공되는 이 복합예술단지는 11만㎡의 부지에 예술단지와 주거·상업시설 등 지원단지가 함께 들어선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을 주축으로 운영될 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 미술관, 음악학교, 디자인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아트센터에서는 아시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아시아 오페라단의 공연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또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이 연중 이어지고 젊은 예술학도들의 실험작들도 감상할 수 있다.


송도센트럴파크 가려면-인천지하철 1호선을 타고 센트럴파크역에서 내리면 된다. 승용차로는 연수구 송도동 78번지를 찾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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