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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침형 인간 될 수 있을까…DNA에 물어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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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밤새 잠자리에서 뒤척이다 보면 다음날 밀려오는 피곤함을 떨치기 힘들다.

수면은 오랫동안 뇌과학자들의 탐구 대상이었다. 잠자는 동안 뇌에서는 어떤 생물학적 반응이 일어나는지, 뇌의 활동에 따른 꿈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이기도 하다.

궁금증은 생체시계로 이어졌다. 사람의 뇌 안에는 24시간 주기를 맞춰주는 생체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정설이다. 이 생체시계는 죽기 전까지 움직인다. 그렇다고 자신이 손목시계처럼 마음대로 시간을 맞출 수 없다. 이 시계는 눈을 통해 밝은 빛을 인지하는 유전자와 몸이 피곤해졌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유전자 등 다양한 유전자의 집합적인 활동의 결과로 나타난다.

생체시계는 인간은 물론 대부분의 동식물이 세포 안에 갖고 태어난다. 야행성 동물과 주행성 동물이 존재하는 이유도 생체시계에 관련된 유전자의 차이 때문이다. 열대야 속에서 쾌적한 잠자리가 힘든 이유가 바로 생체시계에 이상이 생겼음을 말해준다.

지난달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는 수면의 양상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찾아낸 미국 유타대 연구팀의 논문이 실렸다. 이들은 오후 7시만 되면 잠이 들고 오전 2시에 깨는 조기 수면, 조기 기상 형태의 수면을 4대째 보이는 가족을 대상으로 유전자 연구를 펼쳤다.

이들은 2번 염색체 하단 끝 부위에서 'hPer2'로 명명한 유전자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연구에 참여한 가족의 DNA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hPer2 유전자의 일부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팀은 "이 유전자를 잘만 활용하면 불면증이나 시차부적응 등 수면과 관련된 질병의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수면제는 모두 뇌신경세포에 존재하는 '가바 수용체'에 작용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자고 일어나도 개운치 않거나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식이다. 최근 이에 대한 부작용을 줄이고 내성을 없앴다는 수면제가 시판되기도 했다.

서울대 이건호(생명과학부) 연구교수는 "수면과 관계된 유전자의 존재가 속속 밝혀지면서 생체시계에 대한 작동원리가 상당부분 밝혀지고 있다"며 "이러한 유전자의 형태가 사람마다 다르고 유전자들이 나이에 따라 다르게 활동하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약물 또한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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