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생각은…

러시아 알타이대학서 배운 것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얼마 전 우리 대학은 러시아 국립알타이교육대학과 자매결연을 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미국 중심의 주류 문화에 편입된 곳이 아닌 자기 나름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의 대학, 우리나라 대학들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대학, 그러면서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는 대학을 찾고자 한 결과다.

진정한 세계화는 세계 각 지역의 고유문화를 서로 이해하고 공유할 때 가능해진다. 따라서 열린 마음을 가진 세계 시민으로 우리 후손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이들을 이끌 미래 교사가 중심 국가가 아닌 주변 국가, 그리고 중심 도시가 아닌 중심으로부터 떨어져 고유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그들의 문화를 접하고 이해할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다문화교육이 핫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미래 교사가 다문화교육 대상 국가에서의 체험을 통해 편견을 극복하고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 비추어 이번 자매결연 대학을 선택했다.

이 대학을 방문할 때 우리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거꾸로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어서 돌아왔다. 이 대학이 우리에게 제안한 것은 무료 영어단기연수 프로그램과 무료 학점 교류 프로그램이다. 이 대학은 영어교육학부에만 교수가 50여 명 되는데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되고, 러시아 내에서 영어교육 프로그램이 상위 5위에 든다고 했다. 이 대학은 우리 학생들을 위해 한 달에서 두 달 정도의 영어와 러시아에 관한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우리 학생들은 항공료만 부담하면 되고 교육비와 체류비는 모두 자기들이 책임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우리 학생들이 학점 교류 프로그램으로 한 학기 혹은 1년을 방문하면 숫자가 단 한 명일지라도 필요한 강좌에 대해서는 별도의 영어강좌를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반해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별로 많지 않았다. 그래서 영어 수준이 상급이면서 한국과 한국 교육에 관심 있는 5명 정도의 학생과 두 명의 교수에게 우리 대학과 연수원에서 일정시간 강의를 한다는 조건으로 항공료·기숙사·생활비를 지급하겠다고 했더니 좋아했다.

도움을 줄 생각으로 시작했던 교류였는데 오히려 훨씬 많은 도움을 받게 됐다. 전 세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교육의 질이 우수한 많은 대학이 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더 넓고 다양한 세상을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내 다른 대학이 이미 개발한 곳에 가서 이를 레드오션으로 만들기보다 블루오션을 찾아나서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