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룡 소방방재청장 “동북아 지역 기후변화 대처 한국이 주도권 잡아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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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 ‘해운대’는 초대형 지진해일(메가 쓰나미)이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덮쳐 수십 층짜리 건물을 순식간에 삼키고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온다는 내용이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으나 방재(防災)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개봉 16일 만에 관객 6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시점에서 방재와 관련해 의미있는 행사가 열린다. 국제기구인 유엔 재해경감국제전략(ISDR)의 동북아사무소와 유엔 방재연수원의 출범이다. 11일 인천 송도 미추홀타워에서 열리는 개소식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다.

이들 기구가 송도에 둥지를 트는 데 산파 역할을 한 최성룡(59·사진) 유엔 ISDR·방재연수원방재청장은 6일 “지구온난화 등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국제협력과 공동대응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유엔 ISDR은 대륙별로 지역사무소를 두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는 이미 카자흐스탄·태국에 지역사무소가 있고, 중국에는 가뭄관련 훈련센터가 있다. 일본에 ISDR 연락사무소가 있다. 최 청장은 “지역사무소가 한국에 추가로 생기는 것을 주변국에서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견제하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개설했다”고 강조했다.

ISDR 동북아사무소의 주임무는 한국·중국·일본·러시아·몽골·북한 등 6개국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최 청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재해를 줄이는 데 있어서 동북아지역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제 워크숍·세미나를 개최하고 태풍·황사·지진·가뭄·홍수 등 각종 재해를 공동으로 예측하고 대응한다. 또 예보·관측 기술을 공유하고 방재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최 청장은 방재연수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유엔 최초의 재해경감 교육·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연수원은 동북아뿐 아니라 전 세계의 공무원과 NGO(비정부기구) 관계자들을 방재 전문가로 양성하는 사관학교 역할을 한다. 우선 내년에 8회에 걸쳐 50여 개 국의 방재 담당 공무원이 참석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국내에 유치한 두 기구의 활동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최성룡 청장은 “방재관련 기술·정보·지식을 축적하고 재가공함으로써 재해 예방의 노하우가 향상되고, 이는 피해 감소로 바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가 경쟁력 향상은 덤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 문제를 한국이 중심이 되어 관련 국가의 협력을 이끌어내 해결한다면 한국의 이미지와 위상이 올라간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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