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성도 평가에 반영 … 될 성싶은 기업 도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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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금융시장이 경색돼 기업이 돈 가뭄에 시달릴 때 결정적인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신용보증기금이다. 11년 전 외환위기 때도 그랬다. 이어 지난해 9월 금융위기가 심화된 이후에도 그 역할이 커졌다.

신보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7월 새로 사령탑을 맡은 안택수(66·사진) 이사장은 3선(15~17대) 출신의 정치인이다. 그는 “7년간 국회 재경위에서 활동했기에 신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며 “오히려 정치 경험이 있어 더 잘할 수 있는 일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취임 직후 보증심사 시스템을 확 뜯어고쳤다. 신보 설립 이후 33년간 유지되던 보증심사 체계를 지난달 23일부터 바꾼 것이다. 그동안은 기업이 하반기인 8월에 보증을 신청해도 신보는 전년도의 실적으로 신청 기업을 평가했다. 그러나 보증심사 시스템 개편 이후부터는 최근 1년간의 매출액(국세청 신고분)을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한다. 지난해의 실적은 ‘죽은 자료’라는 판단에서다.

안 이사장은 또 그동안 제대로 평가하지 않던 미래 성장성까지 심사 평가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될성부른 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거창한 과거 실적을 지닐 수 없는 녹색성장기업이나 첨단기술 보유 기업들이 신보의 보증 혜택을 종전보다 수월하게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그는 보증 수수료를 1.35%에서 1.2%로 낮췄다.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신보는 올 상반기에만 12조3000억원의 신규 보증을 집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배나 증가한 규모이니, 집행 속도가 상당히 빨랐던 셈이다. 안 이사장은 “서두르지 않으면 기업의 연쇄 도산이 발생할 수 있어 상반기에만 신규보증의 72%를 집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내년 이후로 ‘예고’돼 있다. 그는 “지난 1년간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일해왔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보증이 많이 나간 만큼 내년부턴 부실이 늘어날 소지가 있다는 뜻이다. 기술보증기금과의 통합, 연봉제와 직원 임금 삭감과 같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실천도 그가 안은 숙제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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