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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풀린 일본 대중문화]조금씩 개방 충격 흡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일본 영화.비디오.만화는 얼마나 위협적일까.

국내업자가 판권을 사놓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 (花火)' 가 수입심의를 거쳐 곧 우리 극장에 내걸리고 '우나기 (뱀장어)' '지옥문' '라쇼몬 (羅生門)' '7인의 사무라이' '순애보 이야기' 등 개방대상 영화의 상당수가 차례로 상영되면서 비디오까지 출시될 전망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그리 높지 않다.

여기다가 통계수치와는 달리 국내시장 점유율이 단행본 90%, 잡지 (주간.격주간.월간 등) 20~30% 수준에 달하는 출판만화의 경우는 더 잃을 게 없는 실정이다.

이번에 개방된 일본어판 만화에 대한 수요는 극히 미미할 것이기 때문. 대신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의 젊은 만화가들 상당수가 일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문화관광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수치상으로는 이번 개방조치로 영화의 경우 7~10%, 비디오는 15%의 시장잠식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영상산업의 기반구축과 전문인력 확충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오히려 우리 영화산업 자체의 경쟁력 향상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을 정도다.

바로 시장개방을 시너지효과로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문화산업의 절대규모를 발전적으로 키우고 일본에 대한 수출잠재력을 가시화함으로써 개방의 실익을 우리 것으로 끌어당길 여지는 많다.

물론 이는 문화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의식전환을 전제로 한 것이다.

가요.애니메이션이 차후 개방장르에 넘어간 것은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고심이 담겨 있다.

정작 문제는 남은 부분에 대한 개방방식이다.

우선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부터 개방하는 데 따른 후유증이 생긴다.

김혜준 영화연구소 실장은 " '좋은 영화' 만 먼저 보는 형식으론 일본영화에 대한 관객의 반응을 제대로 수렴하기 어려울 것" 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출판만화에 이어질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사정이 더하다.

손상익 만화문화연구원 원장의 견해. "철저한 장인정신과 오타쿠 (매니어) 문화가 결합돼 만들어진 일본의 '원령공주' '신세기 에반겔리온' 등이 지금의 음성적 유통에서 일제히 정품으로 등장할 때 확연한 충격이 될 것이다.

" 그래서 연내 가동될 일본문화교류공동협의회의 활동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재 제시된 활동의 방향은 ▶국민적 합의하의 정책수립 ▶단계적이되 적극적인 접근 ▶상호주의 원칙 등으로 잡혀있다.

하지만 이 협의회에 남은 개방일정을 맡기는 것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결국은 '상의하달' 이 아니겠느냐는 것.

영화평론가 김정룡씨는 "추후 진행될 전반적인 개방 플랜은 공개세미나를 통해 결정돼야 할 것. " 이라고 말했다.

여기다가 이번 조치 이후 크게 늘어날 비개방 장르에 대한 '불법수입 감시비용' 문제도 심각할 전망이다.

허의도.이은주.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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