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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현대 낙찰후 3가지 시나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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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기아.아시아자동차의 처리 문제가 이제는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갔다.

정부.채권단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긴 하지만 아직은 변수가 남아 있다.

정부와 채권단 일각에서는 아직도 기아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최적 업체로 포드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자유치 및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선 외국업체에 기아를 넘겨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예상되는 기아 처리방향과 일정, 업계 판도 변화 등을 시나리오 별로 점검해 본다.

◇시나리오 1

채권단 동의 = 현재 분위기로는 산업은행 등 기아 채권단이 입찰 결과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현대가 기아의 새 주인이 된다.

현대는 19일부터 오는 11월 17일까지 실사를 거쳐 채권단과 세부 인수협상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채권단이 제시한 부채보다 10% 이상 차이가 날 경우 추가 부채탕감을 요구할 수 있다.

실사와 인수협상이 끝나 오는 12월 1일 주식대금을 납부하고 내년 2월 신주를 인수하면 현대는 명실상부한 기아.아시아의 새 주인이 된다.

반대로 현대의 인수협상이 결렬되면 예비낙찰자인 대우가 똑같은 절차를 밟게 된다.

현재 연산 1백80만대 생산규모로 세계 13위인 현대가 기아.아시아를 인수하게 되면 연산 규모가 2백85만대로 늘어나 세계 10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세계 유수의 업체와 견줄 수 있는 '규모의 경제' 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또 내수시장에선 점유율이 최소한 60%대로 뛰어올라 독주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되며 그동안 트로이카체제를 유지해 왔던 자동차 업계는 현대 - 대우 양사 (兩社) 체제로 재편, '1강1중' 의 구도로 정착될 전망이다.

삼성은 이들 두 업체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틈새시장의 전문업체로 변신을 모색하거나 아니면 외국 업체와 제휴를 통해 새로운 변신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삼성의 자동차 포기론' 도 나오고 있다.

차종과 설비에 관해서는 현대가 기아.아시아의 기존 설비를 모두 떠안으려고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지 않은 중복 차종이나 시설.판매망 가운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우자동차 또는 해외업체에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자동차의 경우는 스웨덴의 상용차 전문업체인 스카니아가 인수에 관심을 표명해온 바 있다.

◇시나리오 2

수의계약으로 바뀔 경우 = 채권단이 입찰결과를 부결시키거나 현대.대우와의 인수협상이 모두 결렬될 경우 기아 처리의 새 방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의 반발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채권단으로선 어차피 빚을 제대로 못받을 바에야 기아 회생에 최적인 기업을 선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현대.대우도 기아 부채가 늘어날 경우 반드시 인수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이 경우 수의계약 대상자로는 포드가 1순위로 꼽힌다.

포드의 기아.아시아 인수는 외자 유치와 해외 신인도 제고로 국내 전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끼칠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2위 자동차 업체인 포드가 진출할 경우 현대.대우.삼성 등 자동차 업체들은 강자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의 우세 속에 대우.기아가 서로 2.3위 자리

를 교환하며 안정적인 과점체제를 유지해 왔으나 기아 대신 포드가 참여할 경우 무한 경쟁 체제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인 판매망을 갖추고 있는 포드는 차종별 판매대수가 국내 업체의 몇배에 달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한편 기아가 포드에 넘어갈 경우 포드는 단독투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국내 업체와 제휴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그동안 포드와 제휴 협상을 벌여온 삼성이 국내 대리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이 경우 삼성은 자동차산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시나리오 3

청산 등 기타 = 청산에 의해 처리하는 방안과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기아를 위탁경영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으나 둘 다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먼저 청산에 의한 처리는 장부가치보다 실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크게 떨어져 채권단에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다.

생산설비는 고철값으로 팔리게 되고, 부동산도 시세가 급락한데다 대형 매물에 대한 판매도 신통치 않아 제값을 받기는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출자전환에 의한 위탁경영도 현재와 같이 자동차산업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선 실효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아자동차의 부채 규모가 지난 4월 법정관리 개시 이후에도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점만 봐도 위탁경영은 현실성이 없다는 얘기다.

차진용.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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