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어음규제 반대…외상거래 증가로 자금난 부채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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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여당인 국민회의가 추진해온 어음제도 개선에 대해 재정경제부가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재경부는 19일 국회 재경위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어음제도를 폐지하거나 어음발행을 대폭 제한하는 내용의 대안은 오히려 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적절치 않다" 고 밝혔다.

어음이 결제수단으로 부적절하다는 정치권의 지적에 대해 재경부는 "어음은 기업간 신용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유통돼온 지급수단" 이라며 "원활한 상거래를 촉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고 반박했다.

또 어음이 연쇄부도를 초래한다는 비판과 관련, 재경부는 "어음이 현금결제에 비해 대금지급이 늦춰져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신용경색기에는 연쇄부도 가능성이 있는 게 사실" 이라며 "그러나 이는 어음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고 신용질서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현 경제여건 때문" 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따라서 경제여건을 개선하고, 어음을 대체할 결제수단을 마련하는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 며 "어음만 줄이면 어음 대신 외상거래가 증가하는 등 오히려 결제가 지연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어음을 끊어주는 대신 이면계약을 통해 외상으로 결제일 자체를 늦추는 편법이 성행할 것이라는 얘기다.

재경부는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어음할인을 원활히 해 기존 어음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겠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어음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오는 23일로 예정된 재경부 국감에서 중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앞서 지난 여름 국민회의는 어음의 무분별한 발행으로 기업 부도가 늘고 있다며 ▶어음의 장당 발행한도 설정▶어음 배서를 4회로 제한▶최근 1년 이상 영업했거나 자본잠식이 없는 기업에 한해 어음 발행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어음제도 개선안을 발표했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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